대구 출신 한 전직 국회의원은 '잡기'(雜技)에 능했다. 특히 골프를 잘 쳤다. 그러나 절대로 그냥 치는 법은 없었다. 항상 내기를 했다. 그는 "내기를 하지 않을 거면 집에서 역기나 들지 왜 나와?"라고 할 정도였다.
맞는 말이다. 내기가 없는 골프는 영 재미가 없다. 돈이 걸려야 '전투의욕'이 불타오른다. 1천원에도 목숨을 거는 것이 내기골프의 묘미다. 그 방식은 무궁무진하지만 크게 보면 스트로크와 스킨스 방식으로 대별할 수 있다. 다른 방식들은 두 가지에서 발전 내지 변형된 파생상품이다.
타수에 따라 돈이 오가는 탓에, 좀 더 노름에 가까운 스트로크 방식은 때때로 라운딩의 분위기를 살벌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화기애애한 스킨스 방식을 선호하는 골퍼들이 많다. 즐겁자고 오는 골프장에서 얼굴을 붉히는 것도 그리 바람직하지는 않다.
물론 게임의 긴장도가 조금 떨어지기는 하다.(그래서 더 좋은 점도 많다) 그래도 내기는 내기고, 골프는 골프다. 출자금의 절반도 회수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두껑'이 열리는 것은 정도의 차이일뿐 비슷하다. 상대방의 주머니로 계속해서 돈이 들어가는 모습은 즐겁지 않은 풍경이다. 상대의 주머니에서 돈을 다시 끄집어 내기 위한 갖가지 묘수가 속출한다. 사회적으로도 경제민주화가 화두이지만 골프장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을 막기 위한 골프장 판 경제민주화가 유행이다.
◆오빠삼삼해
스킨스 게임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고전적인 독식(獨食) 방지 장치는 OECD제도다. 일정액 이상을 벌어들인 선수들은 강제로 'OECD에 가입'이 되고 그때부터는 '오빠삼삼해'라는 규제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통상 6 내지 7회 이겼을 경우에 적용한다. 오(O)빠(B)삼(3)삼(3)해(H)는 OB, 벙커, 트리플, 쓰리 퍼터, 해저드를 뜻한다는 것은 상식.
◆'나도' 오빠삼삼해
하지만 강심장이거나 기세가 오른 독식자에게 제동을 걸기에는 부족함이 없지 않다. 그래서 '오빠삼삼해'의 원형에다 '나무'와 '도로'가 추가된다. 보이지 않아도 나무나 도로에 맞는 소리가 나도 적용된다.
◆나도 오빠 '가' 삼삼해
'나도 오빠삼삼해'에다 '가라'(빈, 연습) 스윙이 추가된다. 조심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는 조항이다. 몸의 경직을 풀기 위한 연습 스윙마저 금지당하면 게임을 잘 할 수가 없다. 점수도 잘 나올 리 없다.
◆나도 오빠가 '너무' 삼삼해
'나도 오빠가 삼삼해'에다 '옆집'으로 불리는 다른(너무, '남의'라는 뜻) 그린이나 다른 홀로 넘어가는 경우에도 벌점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나도 오빠가 '영' 삼삼해
'나도 오빠가 삼삼해'에다 '영'을 추가해 영어를 쓰면 벌점을 추가한다는 방식이다. '오케이'도 안 되고 '마크'도 안 된다. 드라이버나 퍼터 등 클럽의 이름도 안 된다. 물론 '굿 샷' 이라는 말도 안 된다. 간단히 말해서 벙어리가 되라는 것이다.
◆오빠 이상해
'오빠삼삼해'에서 트리플을 더블(2, 이)로 바꾸면 된다. 트리플 이상이 아니라 더블 이상이면 벌점이다. 아예 딴 돈을 모두 내놓으라는 뜻에 다름 아니다. '나'(무)와 '도'(로), '가'(라)나 '너무'나 '영'(어)은 적절하게 배합하면 된다.
◆오빠 보상해
예를 들어 7번 이상 스킨을 먹으면 OECD에 가입을 시키고 10번 이상이면 '오빠이상해'로 규제를 강화한다. 이렇게 해서도 막을 수가 없을 때 쓰는 최후의 수단이다. '보기'만 해도 벌점을 부과한다. 파를 못하면 벌어둔 돈을 '토해내야' 한다. 아무리 고수라도 거의 주머니가 털린다. 그래도 안 되면 상대방에게 깨끗하게 축하를 해주면 된다. 그는 분명히 싱글 이상의 스코어를 기록했을 것이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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