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로봇강국 코리아] <3>예산 삭감…빨간불 로봇산업

너만 믿는다, 로봇융합연구원

전 세계적으로 황금알을 낳는 미래 신성장산업으로 대접받고 있는 로봇산업은 대구경북에서도 섬유'기계에 이어 지역을 먹여 살릴 핵심 성장 엔진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로봇산업을 신성장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장밋빛만은 아니다. 글로벌 경제위기 등으로 로봇에 대한 관련 예산이 대폭 축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가 야심 차게 진행 중인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건립사업과 로봇산업클러스터 조성사업에 대한 예산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지역 로봇산업 육성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로봇 코리아'의 중심이 되겠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함께 대구경북 로봇산업의 양대 축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는 이유다.

◆로봇산업클러스터 조성산업 '빨간불'

2010년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대구에 개원하면서 지역이 '로봇산업의 메카'로 부상할 것이라는 꿈에 부풀었지만, 이후 예산 등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아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당초 진흥원은 국내 유일의 로봇 관련 인증기관으로 대구경북경제권이 선도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로봇산업 발전의 기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건립사업과 로봇산업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내년도 국비 예산 대폭 삭감 방침이 알려지면서 2014년 준공을 목표로 2011년부터 추진 중인 로봇산업진흥원 건립 사업은 계획연도 준공이 어렵게 됐다. 지식경제부는 로봇산업진흥원 내년도 국비 예산을 당초 140억원의 6분의 1도 되지 않는 21억원만 반영해 지난달 20일 기획재정부에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로봇산업클러스터 조성사업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올해부터 2016년까지 추진되는 이 사업은 내년도 국비 지원액(지경부 책정)이 80억2천400만원으로 당초 계획안(357억원)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되는 내년도 국비 지원금이 올해 지원금(82억원)보다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핵심 인프라인 로봇표준화시험인증센터를 비롯해 로봇혁신센터, 로봇협동화팩토리 등 로봇산업 기반시설 구축이 지연되거나 축소될 수밖에 없다. 상황에 따라서는 일부 시설이 들어서지 못하는 사태까지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총 사업비 2천328억원 중 국비 1천621억원이 투입되는 로봇산업클러스터 조성사업은 대구 제3산업단지에 로봇산업 기반시설을 갖추고 로봇기업들을 대상으로 연구개발(R&D) 인프라를 구축해 실행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로봇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삭감된 예산안이 올해 말 확정된다면 로봇산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로봇산업과 관련된 사업을 유치하려는 경기도 안산과 인천에 인증센터 등을 빼앗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로봇 기술의 산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대구 로봇산업에 드리워진 암울한 그림자와 대조적으로 포항에 위치한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이하 로봇융합연구원)에 거는 지역민들의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로봇산업의 메카'라는 꿈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대는 그동안의 성과에서 잘 나타난다. 2005년 포항공대(현 포스텍) 안에 둥지를 튼 이후 지난 5월 이름을 바꾸고 국내 유일의 로봇 전문 독립연구기관으로 공식 출범한 로봇융합연구원은 지역과 국가 로봇산업 육성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연구원은 ▷지능로봇 연구개발 ▷산업화 지원 ▷인력 양성 ▷과학문화 확산 등의 분야에서 국내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해양' 철강'바이오 로봇 등 특화 로봇 기술 개발을 통한 국내 지능로봇 상용화를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확보된 응용기술은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산업체와 연계해 새로운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을 촉진하는 산업화 지원사업에 집중 활용하고 있다.

로봇융합연구원은 설립 당시 20명의 소수 정예 연구전담 인력으로 출발해 지금은 포스텍 교수 28명을 비롯해 73명의 전문연구인력을 갖춘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로봇 연구기관으로 성장했다. 그동안 국가 과제를 비롯해 산업'자체 연구과제 등 100여 건을 수행했다. 국내 특허출원과 등록 건수도 98건에 달한다. 기업체 기술 이전(2건)을 비롯해 유리창청소로봇, 간호로봇 등의 개발을 완료하고 현재 수중청소로봇과 교육용로봇 플랫폼 등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 로봇연구소와 MIT 로봇랩 등과 상호 업무협약을 맺고 공동연구도 수행 중이다.

로봇융합연구원은 특히 지역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철강, 의료, 해양, 문화 관련 로봇 개발에 연구 연량을 집중하고 있다.

철강 분야에서는 지역 철강산업 현장에 3D공정 작업 개선을 위한 근력용 로봇을 개발하고 있으며, 의료 분야에서는 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와 연계해 간호서비스 및 재활의료기기 개발에 성과를 내고 있다.

로봇과학문화 확산사업에서도 결실이 두드러진다. 연구소 안에서 운영하고 있는 로봇체험전시관에는 매년 5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다. 이곳에서는 사람을 대신해 유리창을 청소하는 로봇, 거대 수조나 바다 속의 오물을 청소하는 로봇, 간호사를 대신해 혈압'혈당 등을 체크하는 로봇 등 우리 생활 속에 사용되는 로봇기술을 한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윤종민 초대원장은 "현재 국내 로봇산업을 주도하는 기업의 90%가 중소기업으로, 제품화를 위한 기술 및 교육 등의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소기업 기술 지원을 위한 제반 시스템을 갖추고 적극적인 기술 지원에 나서겠다"며 "국가로봇연구를 대표하는 연구원이 포항에 위치함에 따라 지역 관련 기업들과 동반성장하는 발전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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