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선 주자 인물 탐구] <6>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학자출신에 장관·도지사·당대표 까지…'탄탄한 스팩'

손학규(64)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대권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5년 전,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후보 등과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를 벌이다 탈당하고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정동영 후보에게 졌다. 그에게 따라다니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그때부터 붙었다.

2008년에 이어 2010년 다시 민주당 대표를 맡은 손 고문은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사퇴로 치러진 경기도 분당을 보궐선거에 직접 나서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와 맞섰다. 새누리당 지지세가 강했던 분당에서 당선되면서 일궈낸 '분당 신화'는 그가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 자신감을 갖는 배경이 됐다.

손 고문은 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제시한 대선 슬로건 '저녁이 있는 삶'이 최근 큰 호평을 받으며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들의 요구를 압축된 메시지로 잘 담아냈다는 평이다. 국회 한 관계자는 "수도권의 중도층 중심으로 손 고문의 지지율이 상승 추세"라며 "그동안 다소 우유부단하고 결단력이 약한 스타일이라는 평가가 많았는데 대선을 준비하면서 많이 바뀐 것 같다"고 했다.

손 고문은 최근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쟁력은 수도권 중도층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도 이 같은 지지 기반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민주당으로서는 지지 기반인 호남+PK(부산경남) 표만 얻으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것 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수도권에 광범위하게 포진해 있는 중도층과 중산층의 표심을 누가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새누리당 텃밭이었던 분당에서 신화를 일궈낸 것처럼 이번 대선에서도 수도권으로 상징되는 중산'중도층이 자신에게 안심하고 표를 찍을 것이라는 논리다.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손학규의 장점은 무엇일까? 정치평론가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풍부한 경륜을 첫째로 꼽았다.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도지사, 당 대표, 여야를 고루 아우르는 국정 경험은 그의 최대 장점"이라며 "특히 학자 출신으로 풍부한 이론적 바탕 위에 세워진 현장의 국정운영 능력까지 뒷받침돼 있어 안정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손 고문은 수도권의 중도층,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인기가 높다. 여기에 슬로건인 '저녁이 있는 삶'과 '맘(Mom) 편한 세상'이 직장인과 여성에게 각각 히트를 치면서 표를 쌍끌이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대정신에 맞는 절묘한 슬로건이라는 것이다.

그는 정치권에서 매번 '저평가된 대선주자'로 분류된다. 살아온 삶의 궤적에 비춰보면 현재 나타나고 있는 낮은 지지율이나 협소한 당내 지지 세력은 제대로 된 대접이 아니라는 평가다.

저평가되는 이유로는 학자 출신의 평면적 인간 관계가 꼽힌다. 인간적 매력은 충분한데도 확 끌어당기는 '2%'가 부족해 보스 기질이 약한 것으로 비친다는 분석이다. 이를 지적하는 사람들은 분당 보궐선거 승리 이후 측근들이 하나둘 떠나고 있다는 점을 방증으로 제시한다. 손 고문의 든든한 조력자였던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김부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최근 직간접적으로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지지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손 고문이 사람을 너무 가린다고 지적한다. 경기고-서울대, 이른바 'KS' 엘리트 출신인 손 고문 주위에는 특정 학교, 특정 계층의 '붕어빵' 집단이 많아 확장성이 낮다는 비판이다. 또 결단해야 할 때 정작 회피하는 등 우유부단한 모습도 바람직하지 않은 이미지이다. 엘리트들이 흔히 가지는 문약함이 확고한 지도자상, 리더십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것이다.

이런 이미지를 의식해서인지 최근 손 고문의 화법이 바뀌고 있다. 예전에 비해 단호하고 분명한 말투가 돋보인다는 게 정치권 주변의 평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완곡하고, 말에 날을 세우지 않는 어법이 유약하다는 평가로 흔히 이어지곤 했는데 이번 대선에 임하는 말 속에선 강한 힘이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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