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학생 사회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학생들이 변해야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인 진냥(31'여)은 올해 2월 직접 펜을 들었다. 학교 폭력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대본을 쓰기 위해서였다.
이 문제의 가해자이며 피해자인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좀체 들을 기회가 없고 어른들의 시각으로 학교 폭력을 분석하고 해결하는 현실에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는 것이 기획의도였다. 마침 그때 독립영화를 제작하는 원해수(31) 감독과 연결됐다.
문제는 제작비였다.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다큐멘터리에 힘을 보태려는 투자자가 없었다. 그때 진냥이 아이디어를 냈다. 온라인으로 시민 후원금을 모으는 '소셜 펀치'를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진냥은 "청소년들이 용돈과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쪼개 후원하는 것을 보며 깜짝 놀랐다. 다큐멘터리의 주인공도, 후원자도 청소년이라는 생각을 하면 어깨가 더 무거워진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독립다큐멘터리 '학교-부서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제작 중인 진냥과 원해수 감독을 13일 오후 계명대 대명동 캠퍼스에서 만났다.
대본을 쓴 진냥은 청소년 인권 활동가인 동시에 10년째 교직에 몸담고 있는 현직 초등학교 교사다. 진냥은 청소년들을 '아이들'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런 행동은 10대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주체성을 인정하자는 신념에서 나왔다.
이 다큐멘터리는 학교 폭력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는 답지가 아니라 청소년들의 생각을 담담히 들려주는 일기장 같은 존재다.
원 감독은 "친구의 괴롭힘으로 학생들이 죽으면 '왜 주변 선생님이나 어른들에게 말하지 않았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자살까지 결심한 청소년들은 '자기편'인 사람들에게만 고민을 터놓고 싶어하는데 정서적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주변 어른들에게 어떻게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촬영을 하는 것 자체가 청소년들과 관계 맺음을 하는 과정이다"고 설명했다.
내년 1월 완성을 목표로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들은 이 다큐멘터리 하나로 학교 폭력이 끝났으면 하는 큰 꿈을 꾸지는 않는다.
"학교에서 다 함께 볼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학생과 교사, 학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큐를 보고 학교 폭력에 대해 잠시 고민할 수 있는 기회만 가진다고 해도 우리 목표는 성공입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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