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박 온라인 쇼핑몰 내쫓는 대구

대구 등록 쇼핑몰 1천여개…육성책 있는 서울로 이전

대구 지역에 본사를 둔 온라인 쇼핑몰의 매출이 늘면서 지방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 지역에 본사를 둔 온라인 쇼핑몰의 매출이 늘면서 지방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년째 대구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최근 서울 이전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매출이 높아지고 있지만 전문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고 물류비 부담이 늘어나는 등 '지역'이란 한계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로 사업장을 옮길지에 대해 직원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광고대행사 대표 B씨도 얼마 전 서울 사무실을 넓혔다. 다른 업체들과 업무 제휴는 물론 업계 정보를 얻기 위해선 자주 서울 출장길에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B씨는 "지역은 온라인 쇼핑몰을 기업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아예 없다. 당연히 이들에 대한 정보나 지원체계가 부족해 직접 서울과 수도권으로 발품을 팔아야 한다"며 "본사 기능을 차츰 서울로 옮기고 있다"고 했다.

'Made in Daegu' 온라인 쇼핑몰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구가 인터넷 쇼핑몰 창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지만 지원 시스템과 지방 정부 차원의 육성 사업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패션산업연구원, 한국섬유개발연구원, 한국염색기술연구소 등 정부 출자 섬유연구기관과 한강 이남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서문시장 등 온라인 쇼핑몰 성장 자양분이 충분한데도 유기적인 협력 체계가 없어 '손에 쥔 떡'도 삼키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온라인 호스팅 업체에 따르면 대구 주소로 등록된 인터넷 쇼핑몰은 1천여 개에 이르며 '유명 쇼핑몰'은 서울 다음으로 많다. 매출 규모도 현재 3천억원 정도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관계자들은 "쇼핑몰 전체 수도 많지만 '써니' 등 한 해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박 쇼핑몰들도 여럿 있다"며 "1세대 온라인 쇼핑몰(2005년 이후)로 분류되는 업체 역시 10여 곳에 이를 정도"라고 말했다.

하루에도 수백 개의 온라인 쇼핑몰이 생기고 폐업하는 업계 생리상 이곳 1년은 제조업 10년과 맞먹기 때문에 전국적인 브랜드 명성을 얻고 있는 장수 쇼핑몰에 대한 집중 육성책이 필요하다는 것.

특히 온라인 쇼핑몰은 외지 자본을 벌어들이는데다 디자이너, 모델 등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한 해 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한 달 평균 1억원이 넘는 돈을 광고비로 지출하며 택배 등 하루 물류비만 수천만원을 쓴다.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들은 "대구가 섬유와 패션의 도시지만 의류 수급이 어려워 동대문과 남대문 등 서울에서 의류를 사오고 있다"며 "그러나 서문시장도 충분히 인프라가 있는 만큼 상호 협력한다면 일정 부분 물량을 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 지역 내 10여 개 온라인 쇼핑몰 대표들은 최근 비공식 모임을 갖고 지역 유관 산업과의 협력 등을 위한 협의체 구성에 나서기로 했다.

온라온 쇼핑몰 대표들은 "온라인 쇼핑몰의 부가가치가 상당하지만 지원 정책 등은 걸음마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며 "대구 온라인 쇼핑몰이 더 성장하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하고 공동으로 목소리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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