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역 영세기업들의 가장 큰 화두는 바로 '신입사원 채용'이다. 이들에게는 글로벌 경제위기나 고유가 사태보다 오히려 '쓸만한 젊은 피를 찾는 일'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노동인력을 채용하고 싶어도 쓸 만한 사람들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측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포항의 대표적 기업인 포스코의 경우 매년 기수별로 뽑던 채용계획을 2000년도 들어 수시모집으로 변경했다. 시기에 연연하지 않고 괜찮은 인력이 발견되면 언제라도 채용하기 위해서다. 현재 보통 상'하반기로 나눠 연간 200여 명 정도를 탄력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엔지니어 계통 등 고급인력은 채용 후에도 최소 2, 3년의 교육기간이 더 필요할 정도로 인력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인재 발굴을 위한 노력은 회사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대기업인 포스코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에 속한다. 포항철강공단 등 지역에 산재한 영세업체들은 젊은 층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어 경력직 등 기존 중장년층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영세업체들의 경우 포항지역 내에서 젊은 신규인력을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무직을 제외한 현장 엔지니어들은 서로 모셔가기 바쁠 지경"이라며 "특히 용접이나 금형 등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현장이 아예 돌아가지 않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에는 단순히 젊은 층들이 3D 업종을 기피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이들을 수용할 만한 인프라의 부재도 큰 몫을 하고 있다. 대학 졸업장이나 특수 자격증을 따고도 포항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해 살아가기에는 이들에 대한 대우가 열악하다는 뜻이다.
회사원 이인석(34) 씨는 "사람이 적다 보니 개인에 부과되는 업무량은 계속 늘어나고 이를 견디지 못해 동료들이 그만두면 또 그만큼 일거리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면서 "포항지역의 대부분 영세기업들은 포스코 하청업체에 재하청을 받는 곳들이다. 그렇다 보니 수익구조도 그렇게 좋지 않아 휴일 없이 일하고도 대기업 연봉의 절반 정도도 못 받고 있다. 기회만 된다면 훨씬 보수가 좋은 대도시 지역 기업으로 옮기고 싶다는 얘기를 동료들과 자주 했다"고 토로했다.
실제 취업 적정연령대인 20, 30대의 포항지역 기업 취업률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특히 직업훈련원 수료생들의 취업률을 살펴보면 이러한 현상은 고학력자층만의 문제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2007년과 2008년에는 포항지역 직업훈련원 수료생들 중 100%가 포항지역 기업에 취업했지만 2009년에는 수료생 중 51%, 2010년에는 겨우 17%가량이 지역 기업에 머물렀다.
산업 전반을 떠나 R&D 등 연구인력의 부족도 심각하다. 포스텍을 살펴보면 현 연구진 구성이 10~20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연구인력의 경우 경험과 노하우 등이 중요한 이유이기도도 하지만 무엇보다 외부 연구인력이 포항에 정착하는 것을 꺼리는 정서가 가장 큰 요인으로 손꼽힌다.
포스텍 관계자는 "포스텍 역사와 함께 연구진들도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솔직히 우리 졸업생들도 막상 포항에는 잘 머물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포항이 이들에게 주는 메리트가 적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당장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테크노파크와 실리콘밸리 등 신진 인력 등이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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