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한 무더위는 때맞추어 먹어야 하는 식사마저도 귀찮게 하고, 그저 적당한 간식거리로 한 끼를 적당히 때우게 만든다. 그리고 느지막한 저녁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야식의 유혹은 가뜩이나 부품해진 복부의 흉한 모양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뇌를 자극해 온다.
우리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한 의미에서 보면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생물학적 차원으로 인식할 수 있지만,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는 일은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행위로 볼 수 있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는 일을 두고 우리는 미식(美食)이라고 한다. 음식이란 글자 앞에 '아름다울 미(美)'를 붙이는 덕분에 음식을 먹는 일을 아름다운 행위로까지 여겨지게 해 준다. 먹는다는 것은 다른 어떤 행위보다 사적이면서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때 그 즐거움이 배가 되는 요소를 갖고 있다. 그래서 즐거운 식사 한 끼는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지 모른다.
음식을 요리하고 섭취하는 것은 개체의 보존과 종의 지속을 위한 기본조건인 동시에 다양한 인간문화를 담아내는 화려한 식탁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음식문화는 자연스레 인간 공동체의 특성을 반영해 왔으며, 종교의 중심에 놓여 정신적'육체적 소통의 도구가 되기도 했다. 서양미술에 있어 음식이나 식사와 관련된 작품들 속에서 음식이 주는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해 낼 수 있다. 고대부터 무덤 속 벽면에는 연회 장면이 그려질 정도로 음식에 대한 왕성한 묘사가 있어 왔고, 중세에는 그리스도교가 식사에 신성한 의미를 부여하자 식사의 풍경이 미술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이다. 이 작품은 1495년부터 1497년에 걸쳐 밀라노의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의 성당 벽면에 그려졌는데, 다빈치가 남긴 유일한 대작이기도 하다. 그리스도가 체포되기 전날 예루살렘에서 열두 명의 제자들과 식사하는 모습을 담은 이 그림 속에는 그리스도의 충격적인 발언에 깜짝 놀라 우왕좌왕하는 제자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포착되어 있다. 경악과 동요, 의심과 분노 등 그들의 갖가지 감정이 몸짓과 표정으로 절묘하게 드러나고 있어 식사장면의 초라한 식탁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전해 주고 있다.
이처럼 음식은 우리의 삶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되며, 생리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삶의 의미와 행복을 먼 곳에서 찾기보다는 소박하지만 정성과 마음이 곁들여진 식사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즐길 때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을 그 속에서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음식이 주는 진정한 의미가 아닌가 싶다.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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