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밭을 갈듯 꾸준히 '이틀에 작품 한 점'

이철수 목판화 30주년 展 29일까지 봉산문화회관

# 일상·사계·국제적 사건 등 선묘와 수묵화풍으로 표현

해저물녘, 드넓은 밭고랑이 펼쳐져 있다. 하루의 노동을 마친 두 부부가 서로를 부른다. 길고 고된 노동을 서로 위로하는 두 사람. '저물도록 일했습니다. 이제 들어가자고 아내와 남편이 서로 부릅니다. 밥은 달고 잠은 깊을 겁니다.' 밭의 고랑은 작가의 지문과 닮아 있다. 이철수의 목판화는 담담하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30년간 목판화가로서 자신만의 목소리와 화풍을 개척해온 이철수다.

이철수 목판화 30주년 전시 '새는 온몸으로 난다' 대구 전시가 18일부터 29일까지 봉산문화회관 1, 2전시실에서 열린다. (사)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대구지회와 (사)예술마당솔 등이 함께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대구에서 6년 만에 선보이는 전시다.

이철수의 작품은 다정하게 말을 건다. 칼의 맛을 보여주는 목판화에 간결한 이미지와 글을 함께 써넣는다. 그림과 글을 어우러지게 표현해 전통 형식의 장점을 취했다.

'땀 없이 먹고 사는 삶은 빌어먹는 것보다 못하다. 호미 끝에 화두를 싣고 밭에서 살아라. 일은, 존재의 숙명이지. 거기서 생명의 들고나는 문을 발견하지 못하면 헛사는 일이다. 호미 놓지 말아라'. 이처럼 작가가 건네는 말은 부드럽지만 세상의 가장 깊은 속살을 건드린다.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글귀들은 작가가 일상에서 건져 올린 화두다.

작가는 인간이 노동하며 살아가는 일상에서부터 대지의 사계, 자연환경, 국제적인 사건에 이르기까지 세상 변화를 놓치지 않고 독파해낸다. 그러면서도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고 간결한 선묘나 전통적인 수묵화풍으로 표현한다. 특히 신작은 수묵모필의 붓맛이 느껴진다.

작가는 다작(多作)으로도 유명하다. 30여 년간 제작한 판화 작품이 2천여 점이 넘는다. 벽화·엽서그림까지 합하면 5천여 점이 넘는 작품을 제작한 것. 이틀에 한 점 꼴로 작품을 제작하는 방식은 밭을 갈듯 일상에서 작품과 꾸준히 호흡하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의 화두는 '새는 좌우의 날개가 아니라 온몸으로 난다'. '좌우의 날개'가 아니라 '온몸으로 난다'는 것을 작가는 새삼 강조한다.

이번 전시에는 2005년 이후 제작한 신작 55점과 1981년부터 2005년 사이 발표한 58점을 선보인다. 2002년부터 온라인으로 발송해온 '나뭇잎 편지' 대표작 50여 점도 함께 전시한다.

또 21, 28일 오후 2시에는 봉산문화회관 1전시실에서 작가와의 대화를 진행한다. 053)426-2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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