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 쏟아내는 하늘만 원망할 건가…

대구시·기상대 국지성호우 대책 감감…하수관거 용량 부족·관측장비도 구식

"비가 오면 하수도 쳐다보는 게 일입니다. 2년 전엔 10분 만에 비가 어른 키 만큼 찼어요.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요."

김해록(54'여'대구시 북구 노곡동) 씨는 비가 오는 날이면 쉽게 잠들지 못한다. 2년 전 여름에 30분 간 비가 쏟아져 마을이 두 차례 침수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이번 여름에 옷을 담을 비닐봉지 15개를 방 천장에 달아놨다. 집이 침수되면 하나라도 더 건지기 위해서다.

수년 전부터 특정 지역에 물 폭탄을 내리는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부실하다.

국지성 호우는 인접 지역간에도 강수량에 큰 차이를 보인다. 이달 15일 오후 6시 남구 봉덕동은 비가 내리지 않았지만 옆 동네인 수성구 중동은 시간당 20.7㎜의 비가 쏟아졌다. 13일 오후 5시 북구 침산동은 시간당 24㎜가 내렸지만 북구 관음동은 강수량이 8㎜에 불과했다.

5월 8일 달성군 논공읍 한 우수관로에서 작업 중 수량에 떠내려가 사망한 인부 2명도 30분 만에 26㎜가 쏟아진 국지성 호우 때문이었다.

대구의 하수관거는 시간당 처리용량이 47.4~77.5㎜에 불과해 국지성 호우에 취약하다. 더욱이 한 동네에 국지성 호우가 내리면 고지대의 빗물이 아래로 쏟아지는 탓에 저지대는 47.4㎜보다 적은 양의 비가 내려도 위험에 빠진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간당 40㎜의 집중호우가 쏟아질 경우 대구는 저지대에 위치한 10개 지역에 사는 286가구가 침수되고 796명이 피해를 입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작정 하수관거를 늘리기도 쉽지 않다. 하수관거가 서로 연결돼 있어 특정 부분만 용량을 늘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기상관측자료를 통합해 국지성 호우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현재 대구기상대가 보유한 자동기상관측장비는 동구, 수성구, 서구, 달성군 등 4개뿐이다. 나머지 지역은 대구시와 해당 기초단체가 강우량계 26개를 통해 강수량을 측정한다.

문제는 기상대와 지자체가 보유한 관측장비의 종류, 설치조건, 통신 방식이 제각각이어서 서로 공유가 안 된다는 것. 지난 5월 논공단지에 시간당 30㎜에 가까운 폭우가 내렸을 때 기상대가 파악한 강우량은 9.5㎜로 국지성 호우가 내리는 것조차 몰랐다.

기상대 관계자는 "'기상관측표준화법'에 따라 기상관측 표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관측 자료의 품질을 향상하고 모든 기관의 자료를 누적해 예측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단기간에 하수관 용량을 키우는데는 한계가 있다. 시민들도 악취가 난다고 하수관 위에 덮개를 덮거나 하수관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아야 비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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