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뇌졸중 교실' 마지막 강좌 연 경북대병원 신경과 서정규 교수

17년간 한 번도 쉬지 않은 '인기 강의'에 쉼표

17일 오후 경북대병원 10층 강당에서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1995년 3월 10일 뇌졸중 교실을 열었던 경북대병원 신경과 서정규(사진) 교수가 정년을 앞두고 마지막 강좌를 연 날이었다.

지난 17년여 간 한 차례도 쉬지 않고 매달 열렸던 뇌졸중 교실은 이날 170회를 맞았다. 매달 특정 주제로 한 시간 남짓 강의가 있었지만 이날은 신경과, 내과, 재활의학과 교수들이 함께 2시간가량 '뇌졸중을 알고 웰빙의 시대로'라는 특강을 열었다. 객석을 매운 100여 명은 대부분 서 교수의 환자와 보호자들이었다.

"1995년 3월 경북대병원에 신경과를 만들고 나서 줄곧 뇌졸중 환자들을 진료했습니다. 그런데 늘 진료시간에 쫓겨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불안해하는 이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주기 위해 시작한 뇌졸중 교실이 어느덧 만 17년을 넘겼습니다. 세월이 흘러 정년을 맞았고, 마지막 강의를 하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백운이 경북대병원장은 축사를 통해 "환자들에게 일일이 답하지 못한 것이 미안해서 진료시간 이후에 강좌 형식을 빌려 하나씩 질문에 답하던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며 "서 교수님이 점심을 거른 채 강좌를 연 것을 알고 음료수를 따로 준비한 할머니가 있을 정도로 인기 강사였는데 이렇게 마지막 강의를 보게 되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했다.

서 교수는 뇌졸중이 고혈압, 당뇨 등 만성 질환을 예방'관리하고 흡연'음주'운동부족 등 나쁜 습관을 버린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늘 강조한다.

이날 서 교수는 새삼 뇌졸중 예방법을 강조했다. ▷한쪽 팔다리의 힘이 없거나 감각이 둔해지고 ▷말을 못하거나 발음이 어눌하며 ▷어지러워 비틀거리고 ▷한쪽 눈이 안 보이거나 물체가 겹쳐 보이고 ▷극심한 두통이 있으면서 속이 울렁거리고 토하는 등의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병원을 찾으라고 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한때 너무 힘들어서 뇌졸중 교실을 그만둘까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60, 70대 노인들이 객석에 앉아 행여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면서 도저히 중단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껏 뇌졸중 교실에 참석한 연인원은 8천여 명을 헤아린다. 이들이 강의를 듣고 돌아가서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친구나 이웃을 병원에 보내온 사례는 부지기수다. 안타깝게 죽음을 맞은 일도 있고, 심한 후유증이 남은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제때 병원을 찾아 약을 처방받고, 막힌 혈관을 뚫는 수술을 받아서 극적으로 회복된 사례도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뇌졸중을 비롯한 뇌혈관 질환은 우리나라에서 단일질환으로는 사망률 1위인 무서운 병입니다. 하지만 암과 달리 뇌졸중은 사전 관리를 통해 80%가량 예방할 수 있습니다. 생애 마지막 11년은 병마에 시달린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자기 몸을 좀 더 아낀다면 건강 수명을 충분히 늘릴 수 있습니다."

서 교수의 마지막 강좌는 끝났지만 신경과 교수들의 '뇌졸중 교실'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계획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