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한류의 원조 退溪

드라마 대장금에서 비롯된 韓流(한류)가 오늘날 K-Pop으로 확산되며 지구촌 곳곳에서 인기를 누리는 모습에 우리는 커다란 자긍심을 감추지 못한다. 한류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왜 세계인들은 한류에 열광하는 것일까.

여기서 중국의 한 논객이 털어놓은 한류 소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대장금은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자강(自强)을 이뤄낸 한국의 역사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드라마"라고 했다. 국내의 어느 학자는 외국인들이 한류에 혹하는 이유를 "한국인들의 몸과 마음에 스민 멋과 숨결에 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것은 곧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세계인들의 감흥을 불러일으켰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같은 한국인들의 의식구조를 지배해온 오랜 정신문화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유교적 가치관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사상이라 하여 우리 스스로가 그토록 매도를 했고, 또 그 본토인 중국에서조차 껍데기만 남아있는 유교가 한류의 모티브라니 역설이다.

그러나 오늘 한류의 물결이 해외로 파급되는 현상의 내면에는 학문과 교육의 가치를 강조하며 더불어 사는 공동체 사회를 지향했던 유교적 이념이 흐르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은 곧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 한국이 반세기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성장을 이루어낸 동력이기도 했다. 그 한국적 유교 사상의 원류를 우리는 16세기의 사상가인 퇴계(退溪)에서 찾는다.

드라마 대장금의 시대적 배경이 그러하듯 퇴계는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지향하는 유학의 이상이 짓밟히고 훈구척신의 부정한 권력과 타락한 욕망이 기승을 부리던 난세에 학문과 교육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지향한 개혁가가 아니었던가.

지난해에 이어 안동에서 다시 막을 올리는 고택 관광 뮤지컬 '사모'(思慕)는 퇴계를 한류 스타의 원조로 거듭나게 한다. 뮤지컬 사모는 도학자인 퇴계와 두향(杜香)이라는 기생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고한 선비이자 위대한 유학자였던 퇴계와 비록 노류장화(路柳墻花)의 운명을 안고 살았지만 절의와 지조를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여겼던 해어화(解語花) 두향의 짧지만 영원한 로맨스. 이것이야말로 세계인들의 마음을 다시금 사로잡을 고품격 한류가 아니고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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