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엄마 아빠와 체험학습] 군위 근현대사 박물관

그 시절엔 이랬지, 옛 골목길 이야기꽃 시간여행

군위 화본마을은 추억과 낭만이 오롯이 남아 있는 곳이다. 1960, 70년대 생활상을 재현한 추억의 학교 체험관과 아름다운 간이역이 있기 때문이다. 간이역 화본역엔 하루 열차가 상'하행선 총 여섯 번밖에 지나가지 않지만 항상 정차해 있는 열차를 만날 수 있다. 화본역을 찾아주는 관광객들을 위해 마련된 레일카페다.

◆화본 근·현대사 박물관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 옛 산성중학교를 리모델링한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는 '화본 근·현대사 박물관'이라는 부제가 붙은 추억 박물관이다.

교실 문턱을 넘는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40, 50년 전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눈앞에 펼쳐지는 1960년대 극장의 풍경 때문이다. 그 시절 만화영화 '마징가Z'와 누가 누가 더 세나를 겨루던 김청기 감독의 '로보트 태권V' 간판이 걸려 있다. 그 옆에는 이소룡의 '정무문' 포스터가 붙어 있다.

오른쪽으로 돌면 1960년대 골목이 나온다. 교실 두 개의 공간을 합쳐 하나의 동네로 만들었다. 공중전화가 딸려 있는 동네 어귀의 점방을 비롯해 전파상과 만화방, 이발소 등이 골목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마치 드라마세트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저녁 무렵, 낡은 전봇대에 희미한 가로등이 켜져 있는 풍경은 아련함을 더해 준다.

골목 모퉁이를 지나면 공동화장실이 나온다. '뒷간 열어보실래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아무 생각 없이 화장실 문을 열면 깜짝 놀란다. 화장실 안에서 볼일(?)을 보던 아이가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인형이 있기 때문이다. 엉덩이를 드러내 놓고 있는 이 아이가 박물관에서 가장 인기라고 윤진기(67) 삼국유사화본마을운영위원장이 귀띔했다.

골목 반대편에는 당시의 학교 교실이 재현되어 있다. 교실에는 육중한 나무 책걸상과 분필가루가 날리던 칠판이 있다. 겨울이면 폐목과 조개탄이 매캐한 연기를 내뿜던 난로 위에 포개올린 양은 도시락이 눈길을 끈다. 교실에 놓여 있는 낡은 풍금에서는 그 시절 친구들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세월의 흐름을 담고 있는 추억의 소품창고에는 '포니2 픽업' 자동차와 타자기, 아이스케키통, 잡지와 포스터 등 다양한 소품들이 비치돼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김가연(11·부계초교 4학년) 양은 "엄마, 아빠가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한 줄 몰랐다. 신기하고 생소한 물건도 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고 했다. 권민준(10·부계초교 3학년) 군은 "무엇보다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을 상상할 수 있어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입장료 어른 2천원, 청소년'어린이 1천500원, 10인 이상이면 1천원.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 화본역

화본역은 서울 청량리와 부전을 잇는 중앙선 역이다. 지금은 경북관광 순환테마열차를 포함해 상'하행선 하루 세 차례씩 총 여섯 번의 열차만 정차한다.

대합실에는 마을 주민의 생생한 모습을 담은 옛 사진들이 걸려 있다. 네티즌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선정될 정도로 올망졸망한 볼거리도 많다. 역사 앞에 있던 박해수 시인의 '화본역' 시비는 옆으로 옮겨졌다. 시비 앞에는 커다란 이야기책이 놓여 있다. 삼국유사의 내용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놓은 책이다. 역 옆에는 아름드리나무와 사람들이 찾아와 앉아주기를 바라는 테이블이 놓여 있다.

화본역엔 항상 정차해 있는 열차가 있다. 화본역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마련된 레일카페이다. 객차를 개조해 만든 레일카페에서는 차를 마시며 오붓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역 주변에는 전국에서도 몇 곳 남지 않은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던 급수탑이 있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철로를 가로질러 급수탑까지 가는 산책로도 만들어져 있다.

대학생 김지현(22·대구 동구 신서동) 씨는 "하루 여섯 번밖에 열차가 지나가지 않아 고요함과 외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참 아름다운 간이역"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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