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적 약속을 지켜라' VS '1천억 적자에도 기부라니…'.
대구 달서구청과 애경그룹의 아파트 사업 인허가 관련 기부채납을 둘러싼 논란이 건설업계 관심을 끌고 있다.
애경 측이 사업 승인 조건으로 달서구청 요구에 따라 수용한 기부채납에 대해 감사원이 부적정 감사 결과를 통보했고 애경 측도 기부채납 조건 완화를 요구하면서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기부채납이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아파트 분양을 앞두고 상당수 지자체들이 기반 시설이나 공공시설 기부채납 요구를 해 왔고 건설업체들은 분양을 위해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애경의 기부채납 수용 여부가 타 사업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장과 관련 없는 과도한 기부채납
감사원은 대구시에 대한 정기감사(기관 운영 감사)에서 시와 달서구청이 애경 측으로부터 사업 승인 조건으로 기부채납 받기로 한 학교용지 및 사회복지센터에 대해 부적정하다며 지난 3월 '주의 조치'를 내렸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배경은 주택건설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공공청사 등의 기부채납이 현행법상 위법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월 지자체에서 예산 부족을 이유로 관행적으로 주택 사업자에게 요구해 온 과도한 기부채납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주택법을 개정했다. 법 개정에 따라 공공청사(공중이 이용하는 시설)나 학교용지, 아파트 진입과 관련 없는 도로 설치 요구 등은 금지된다.
하지만 애경과 달서구청 간의 기부채납 약속은 법 개정 이전이었고 감사원 감사 결과도 '시정 조치'가 아닌 '부적정 통보'로 해석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많은 상태다.
애경은 2008년 4월 달서구 진천동에 1천8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AK그랑폴리스)를 분양하면서 학교용지 및 사회복지센터를 기부채납하기로 약속했다.
애경 측은 "분양에 앞서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하면서 공원 및 도로를 기부채납했지만 구청 측이 또다시 추가 기부채납을 요구해 왔다"며 "사업 지연에 따른 이자 부담이 너무 많고 분양이 불투명해 구청 측의 요구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애경 측은 2005년 대한방직 부지 7만8천㎡를 1천600억원에 매입했고 도시관리 계획 변경 인허가를 받으면서 부지의 22%를 도로와 공원 부지로 기부채납했다. 하지만 구청 측이 분양 승인을 조건으로 학교용지와 사회복지센터 부지 및 건물 기부채납을 요구해 전체 사업 부지 중 38%가 기부채납됐다. 대지 매입 당시 비용으로만 환산해도 인허가 비용으로 700억원이 사라진 셈이다. 여기에 복지센터 건립 비용으로 100억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애경 측은 "공장 부지를 매입해 아파트 부지로 변경하면서 시세 차익을 남겼다는 일부 주장이 있지만 사업 부지는 도시기본계획상 주거 지역으로 승인된 부지였으며 부지 매입 당시 공장용지가 아닌 대지 가격(평당 600만원)으로 매입했다"고 밝혔다.
애경 측은 감사원 감사 결과 이후 학교 부지 및 복지센터 기부채납 건에 대해 법률적 검토에 들어갔으며 국민권익위원회에 판단을 요구한 상태다.
◆적자 사업인데도 기부채납
기부채납 수용 여부가 불거진 또 다른 배경은 AK 그랑폴리스 사업장이 1천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경 측은 2010년 회계 결산 공고를 통해 분양 사업과 관련, 823억원의 손실을 공시했으며 사업 종료 시에는 적자폭이 1천2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애경 관계자는 "사업 승인 지연으로 이자 손실이 엄청난데다 아파트 경기가 침체되면서 분양가를 낮췄기 때문에 적자가 불가피해졌다"며 "감사원 결과에 반해 기부채납을 이행하면 주주들로부터 배임혐의로 소송을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분양가 상한제 원가 산정에 학교용지와 복지센터 기부채납은 포함하지 않아 결국 기부채납 비용은 회사 측에서 손실로 떠안게 됐다"고 덧붙였다.
애경은 기부채납 형평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월배 지구 내 타 학교용지는 대구시와 교육청이 매입 비용을 부담했지만 유독 애경 측에는 기부채납을 요구했고 공사비로만 100억원이 투입되는 복지시설 건립도 인접한 아파트 단지 분양 사업자에 대해서는 비용 부담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달서구청은 기업이 공익적 약속을 한 만큼 적자가 났다고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기부채납 약속 이후 분양을 했고 적자 폭이 크다는 이유로 기부채납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약속 파기 행위"라며 "기부채납에 대해 공증을 받은 만큼 법적인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AK그랑폴리스 단지의 기부채납 이행 여부는 추후 건설 사업과 관련해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수성구 범어동 두산위브더제니스 단지의 경우 분양 승인 조건으로 기부채납한 도서관 건립과 관련, 시공사인 두산과 수성구청이 건립비 부담을 두고 논란을 빚고 있다.
분양승인 조건으로 아파트 시행사가 도서관 기부채납 약속을 했지만 적자 사업장이 되면서 2년 전 공사비 조달 문제로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구청 측이 시설비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구청 측 부담액을 둘러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기부채납 조건을 내걸고 사업승인을 받은 뒤 부동산 침체로 분양에 들어가지 않는 사업장이 대구경북은 물론 전국적으로 많다"며 "달서구청과 애경의 기부채납 논란 결과가 타 사업장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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