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영화] EBS 한국영화특선 '조용한 가족' 22일 오후 11시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한적한 곳에서 장사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한 일가족이 산장을 운영하게 된다. 이들은 막내딸 미나(고호경 분)를 위시하여 아버지(박인환 분), 어머니(나문희 분), 삼촌(최민식 분), 오빠(송강호 분), 언니(이윤성 분) 등 여섯 식구다. 그러나 문을 연 지 2주가 지나도록 손님이 오지 않자 가족들의 신경은 극도로 날카로워진다.

드디어 산장에 첫 손님이 찾아온다. 가족들은 흥분한 나머지 해프닝에 가까운 친절 공세를 펼친다. 그러나 다음날 손님은 시체로 발견되고, 경악한 가족들은 장사에 지장을 줄까 봐 몰래 시체를 암매장한다. 첫 투숙객의 죽음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공교롭게도 산장에 투숙했던 남녀 한 쌍이 동반자살을 한다. 가족들은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진 상태로 시체를 또다시 매장 장소로 옮긴다. 그러던 중 음독을 했던 남자가 깨어나, 가족들의 매장 광경을 보게 되자 가족들은 어쩔 수 없이 그 남자를 죽이게 되는데….

'조용한 가족'은 김지운 감독의 데뷔작이다. 1997년 영화주간지 '씨네21'에 당선된 자작 시나리오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1인칭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가족들로부터 한 발자국 비켜서서 산장 내부를 조망하는 가족의 막내딸인 미나의 객관적 시선으로 진행된다. 딸의 시선을 통해 문을 열고 닫으며 외부의 방문객보다는 산장 내부를 공개하는 영화적 전략으로 가족의 인물 묘사에 치중하고 있다. 그리고 누가 누구를 왜 죽였느냐가 아닌, 어떻게 살인이 일어나고 그 살인이 어떤 모습으로 현실을 일그러뜨렸는가에 역점을 둔다.

이 영화는 코미디물치고는 음산하고, 공포영화치고는 죄의식 없는 연쇄살인이 자행되는 이른바 냉혹 블랙코미디로 볼 수 있다. 영화가 개봉되자 평단의 찬사와 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1998년 한국영화 흥행 순위 6위, 포르투갈 판타스포르토 영화제 베스트 필름상 수상, 스페인 시체스영화제, 브뤼셀판타스틱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 등에 출품됐다.

김지운 감독은 이 영화 이후 코미디(반칙왕), 호러(장화, 홍련), 느와르(달콤한 인생) 등 끊임없이 새로운 장르를 탐색하면서도 각 장르의 고유한 문법을 비튼 스타일과 스토리텔링을 선보였다. 그 결과 그의 영화들은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각 장르를 대표하는 한국 영화로 자리 잡았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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