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스로 포기않으면 루저는 없다…'루저의 심리학'

루저의 심리학/신승철 지음/삼인 펴냄

세상에는 잘난 사람들이 참 많다. 누군 재테크를 잘해 떼돈을 벌었다고 하고, 누구는 내로라하는 명문대를 나와 번듯한 직장에 다니며 부러움을 산다. 거리에는 눈이 확 뜨이는 외모의 다정한 연인들이 즐비하고, 명품으로 치장하고 화수분처럼 돈을 펑펑 쓰는 사람들도 있다. 이꼴 저꼴 보기 싫어 TV를 켜면 더 가관이다. TV 드라마에는 돈도 많고, 직업도 빵빵한데 외모까지 출중한 '엄친아', '엄친딸'이 넘쳐난다.

성공한 사람들의 아름답고 맛깔나는 이야기를 보며 따라하고 싶다가도 그들과의 격차와 환경, 의지 부족을 탓하며 좌절한다. 못생기고 뚱뚱하다고, 가난하다고, 실업자라고, 돈이 없다고, 지방에 산다고, 학벌이 처진다고 스스로를 다그친다. 정말 우리는 그렇게 실패한 인생일까?

'루저의 심리학'은 인생의 '실패자'인 루저들의 자기 비하 심리의 근원을 추적하고 루저들에게 새로운 삶을 향한 도약을 권하고 치유의 해법을 내놓는다. 저자는 게임'꿈'외모'돈'직업'학벌'빚 등 15가지 유형의 루저를 제시한다. 상태가 다소 심할 뿐 누구나 하나씩 갖고 있는 콤플렉스들이다.

30대 초반의 김철민 씨. '돈 루저' 철민 씨의 얼굴은 돈 걱정에 늘 수심이 가득하다. 아르바이트를 4개나 하지만 늘 돈을 쫓아 허둥대고 지갑을 열 때마다 손을 부들부들 떤다. 친구나 직장 동료, 동창, 여자친구까지 모두 돈이 없으면 유지할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저는 돈이 없어요. 제 통장에는 42만원 들어가 있는게 전부예요. 너무 가난해요. 사람들을 만날 때도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머릿속으로 계산을 먼저 하게 돼요. 돈 없으면 집에만 있어요. 우울하고 심각해지고 침울해요."

초강력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30대 사무직 여성 김선영 씨는 '외모 루저'다. '외모가 평균 이하라는 생각이 많이 들고, 늘 지치고 힘들다. 한마디로 나는 뚱뚱하며 느리다.' 아무리 봐도 비만이라 느껴지지 않는 선영 씨가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이다. 점심을 비스킷 한 개로 때우고 회사 동료나 가족들과 유대감이 없는 것도 다 '외모' 때문이다. 그녀에게 뚱뚱하거나 행색이 초라한 사람은 자기관리가 안된 실패자일 뿐이다.

하지만 그들이 루저가 된 건 '세상의 뒤틀린 가치 기준' 탓이 크다. 학력과 재력과 외모를 앞세우고 극심한 경쟁 상태로 내몰아가는 사회적 병리가 내면화되면서 그들을 루저로 만든 것이다. 저자는 루저들과 인터뷰를 통해 심리를 파악하고 아주 작은 실천의 단서를 제공한다. 철민 씨에게는 계산이 불가능한 것들에 대해 조언하고, 선영 씨는 외모를 따지지 않고 마음의 교감을 느꼈던 첫사랑과의 기억을 되살려준다. 학벌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학벌 루저에게는 학벌로 얽히지 않은 즐거운 인간관계를 가져보라고 조언한다.

스스로를 비하하던 루저가 작은 실천으로 마음에 조금 변화가 생긴 뒤 자기 자신에게 글을 쓰는 대목은 눈길을 끈다. 자기 치유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극복하고 건강한 자아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저자는 "루저의 삶의 내면에 감춰져 있던 능력을 발견하고 더 충만하고 풍부한 삶을 기획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286쪽. 1만3천원.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