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포항과 경주

'가깝고도 멀다'는 말은 포항과 경주, 경주와 포항 두 도시 사이를 일컫는 게 아닐까 싶다. 둘은 경계를 마주하고 있는 이웃이다. 포항 시내에서 경주 보문관광단지까지는 '경주포항산업도로'를 타면 20분 거리에 불과하다. 경주의 안강과 강동 지역 주민들은 먼 경주 시내보다는 포항 시내를 더 많이 찾고 있다. 맞붙어 있는 도시이기에 인적'물적 교류가 매우 활발할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두 도시의 심정적인 거리는 그리 가깝지 않은 것 같다. 물론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사안이긴 하지만, 외지인인 필자가 보기에는 서로 상대를 백안시(白眼視)하려는 경향이 농후했다. 두 도시 주민들은 상대방의 장점과 특징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눈치였다. 그런 경향은 경주 시민들이 한층 더한 듯했는데, 두 도시 간 행정 통합 논의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먼저 경주 시민들의 얘기를 가감 없이 종합해 보자. "예전 경주는 경북 동부의 중심지였다. '천년고도'라는 자부심은 제쳐 놓더라도 법원'검찰'교도소는 경주에만 있었고 포항 학생들은 경주로 유학 왔다. 포항은 40년 전만 해도 어촌마을에 불과했다. 포철이 들어오면서 갑작스레 커져 외형적으로 경주를 능가했지만 문화'역사적인 수준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쇼핑을 가면 포항보다는 대구로 가는 이들이 많다."

포항 시민들의 얘기도 가감 없이 적어본다. "경주는 놀러 가기에 좋은 곳이다. 보문단지가 있고 골프장도 많다. 그런데 경주 사람들은 완고하고 고리타분한 성향을 갖고 있다. 보수 성향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천년고도'라는 자부심이 지나치게 강해서 문제다. 포항 사람들을 다소 아래로 보고 의식적으로 무시하려는 마음이 있다."

일부에서 두 도시 간 통합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정서적 심정적으로 절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두 도시를 통합해 행정적 시너지 효과를 내는 장점도 좋지만, 역사문화도시 경주의 위상을 지켜가는 것도 아주 중요한 과제다. 섣불리 결론을 낼 수 없는 사안이긴 하지만, 어쨌든 두 도시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가까워져야 한다. 교류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방법도 추천할 만하다.

이 칼럼은 상대를 흉보거나 싸움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맞붙어 있는 두 도시가 서로의 장점을 이해하고 더 정겹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서 쓴 글임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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