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합리적 재원 대책 없는 대선 공약들

대선 주자들의 입이 너무 가볍다. 저마다 국민을 잘살게 해주겠다며 장밋빛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재원 대책은 너무 추상적이거나 모호하다. 자세히 따져보면 과연 실현 가능할까라는 의심이 드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는 것이거나 '아니면 말고' 식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책임질 막중한 위치와 어울리지 않는 무책임한 자세다.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은 정부 운용, 교육, 여성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복지나 일자리 대책과 관련해서는 재정지출을 60% 줄이고 세수를 40% 늘려 재원을 충당한다는 계획이나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과연 세수를 40%나 늘리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며 재정지출은 한 번 늘어나면 줄이기 어렵다는 점에 비춰 재정지출을 60%나 줄이는 것 역시 어렵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의 공약 역시 잔뜩 거품이 끼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민과 중산층의 월 생계비를 월 50만 원씩 연 600만 원을 줄이겠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서는 5년간 1조 5천억 원이 소요되는데 그가 말한 대로 이를 건강보험 지출 구조 개선만으로 충당할 수 있겠느냐는 소리가 나온다.

5년에 걸쳐 최저임금을 현행 88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인상한다는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가계부채 탕감을 위한 기금 100조 원을 조성하겠다는 안상수 전 인천시장의 공약은 양극화 해소나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이지만 기업, 금융권에 그 부담을 강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행 단계에서 엄청난 논란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안 전 시장의 공약은 기금 조성 방안으로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출연과 함께 정부가 채권을 발행해 출연금을 조달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는데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는 국가부채의 현실을 무시한 것이란 비판을 받을 만하다.

국민의 생활수준 향상과 소외 계층 지원은 국가의 의무다. 대선 주자는 당연히 이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고 해결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국가 재정 능력을 벗어나지 않는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 재원 마련 방안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는 국민의 기대만 부풀려 종국에는 실망하게 만드는 '공약'(空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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