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를 대대적으로 내걸고 있지만 경제민주화는 원래 좌파의 화두였다. 쉽게 풀이하면 '파이가 커져서 더 키우기가 어려우니 이제부터는 제대로 나눠먹도록 정부가 개입하자'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가 3대 공약 중 첫 번째로 경제민주화를 내건 이후 법안 발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호만 무성한 경제민주화가 아닌 정책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대기업을 죄는 강도도 민주당이 훨씬 세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6개의 경제민주화 관련 법을 동시다발적으로 발의했다. 김영주 의원은 "상위 10대 재벌그룹 총수들이 0.94%의 지분으로 경영권을 장악하면서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이 위험 수준에 있다"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자본총액의 1배를 초과하는 부채 보유는 금지하고, 자회사 주식보유 기준을 40%→50% 상향, 순환출자 제한 기업집단 지정 및 그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계열회사 간 순환출자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홍영표 의원은 "대기업을 상대로 납품단가 조정이 힘든 중소기업이 있다"며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놨다. 중소기업의 업종별 협동조합에 하도급 대금 조정을 위임할 수 있도록 했고, 납품단가 조정신청의 조건인 '하도급계약 후 90일 경과' 조건을 60일로 단축했다. 수급사업자의 부담을 줄인 것이다.
홍종학 의원은 국가 발주 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의무적으로 제한하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중소기업 제품 구매를 촉진하고 경쟁력 향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뿔난 것은 당연하다. 또 이용섭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만 고발이 가능토록 한 공정거래법을 고치는 안을 냈다. 담합 등 중대한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누구나' 고발이 가능토록 해 시장 감시 기능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이 밖에 은수미 의원은 사업자가 사용기간을 초과한 파견 근로자는 자동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놨다.
민주당이 재벌개혁을 골자로 한 경제민주화를 밀어붙이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박근혜 효과'를 이야기한다. 민주당이 지난해 7월 당내 '경제민주화 특위'를 만들고, 11월에는 경제민주화 분야별 정책과제와 핵심 10대 정책을 발표했지만 정작 새누리당이 앞서나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한 반작용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이 내놓는 관련 법안이 대체적으로 새누리당보다 기업을 더욱 세게 옥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급기야 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20일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 "재벌 개혁의 근처도 못 갈 것이다. 돌팔이 외과의사의 처방 아니냐"고 악평했다. 그는 이날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앞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 "박근혜 의원은 기존 순환출자는 놔두고 신규 순환출자 부분만 금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식 해법은 재벌의 기득권을 철저히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슈를 선점한 박 후보를 경제민주화로 때리면서 상처를 내겠다는 전략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사면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조세포탈, 횡령과 배임, 분식회계, 재산 국외도피 등의 중대한 기업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에 대해 대통령이 사면권을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 발의 배경이다. 그래서 중대한 기업범죄를 저지른 총수나 일가에는 형기의 3분의 2를 복역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할 수 없도록 고쳤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