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24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카네기멜론대학(CMU)을 방문해 5억 달러를 투자하는 첨단 제조업 동반관계(AMP) 프로그램의 착수를 선포했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의 불씨를 댕기고 최첨단 로봇 개발을 위한 산업계와 대학 및 정부의 협력을 촉구했다. 특히 '국가 로봇공학 계획'(NRI'National Robotics Initiative)의 설립을 선언하며 공장 노동자 보조자'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자'외과의사'우주 작업자 등 인간과 긴밀하게 일하는 차세대 로봇의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할 것을 공언했다. 현재 NRI에는 과학재단(NSF), 항공우주국(NASA), 국립보건원(NIH), 농무부(USDA)가 포함돼 있으며, 새로운 로봇연구 프로젝트에 연 7천만달러의 자금이 투입된다.
◆로봇 산업 '편식해선 안 돼'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오바마의 선언이 있은 후 정확히 1년이 지난 후, 미국 내 최고의 로봇 연구대학으로 알려진 카네기멜론대학(CMU)을 방문했다. 때마침 이 대학의 로봇 연구소가 모여 있는 뉴얼사이몬 홀 앞에서는 이곳에서 로봇분야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박사과정 한국인 유학생들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짬을 내 한국로봇의 육성방안과 수준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이들로부터 미국은 물론 한국 로봇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들을 수 있었다.
센서융합을 연구하고 있는 곽기호(박사 졸업 예정) 씨는 "한국은 최근 로봇 관련분야 연구에서 혁혁한 발전을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주로 무인로봇이나 국방관련 연구를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너무 미국이나 일본을 쫓아가는 연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우리만의 로봇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실제 미국에서 연구하는 동안 막상 비교가 된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예전에 미 국방성에서 하는 로봇 연구를 그대로 베끼는 연구가 많아 아쉽다"고 평가했다.
박사 3년차인 조형기(무인자동차 전공) 씨가 반론을 제기했다. 조 씨는 "국방이나 무인로봇 분야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는 오히려 국내 로봇 연구가 앞서 있다. 현대자동차가 무인자동차대회를 한국에서 3회째 열고 있는 등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로봇연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아마 한국 자동차의 미래가 자동차 분야에서 미래 먹거리를 선도하게 될 것이다. 바람직한 현상이다"고 했다.
이 대학 로봇연구소에서 5년째 모바일 로봇을 연구 중인 김준석 씨가 나섰다. 그는 "CMU는 현재 자동차 분야뿐 아니라 영상인식 등 보이는 분야를 비롯해 모바일 로봇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로봇 분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돼야 한다"고 했다. 로봇산업의 특성상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접목될 수밖에 없는 만큼 전 분야에서 골고루 성장해야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논리였다.
◆'벽 없는 연구' 세계 최고기술의 원천
카네기멜론대학(CMU)은 세계 최고의 로봇연구소로 꼽힌다. 전 세계 100여 개 대학과 연구소들이 CMU에 직원을 파견해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애쓸 정도다. 지능'센서 등 다양한 연구분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8개 센터에 40개의 연구소가 함께 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CMU가 발표한 로봇만 해도 짐 나르는 로봇 수송병 '빅독', 삼키는 의학용 로봇, 휴머노이드(인간을 닮은 로봇) '덱스터'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특히 이 대학 산하 '국가로봇기술센터'(NREC) 연구팀이 개발하고 있는 바퀴 달린 로봇 분야는 세계 최강으로, 성공 여부에 세계의 로봇 연구가들이 주목하고 있다. 연간 3천만달러 예산에 120명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캐터필러'존디어'제너럴다이나믹스'보잉 같은 굴지의 기업 30∼40곳과 농업'국방 등의 분야에서 무인로봇 연구를 하고 있다.
이처럼 CMU가 전 세계 최고의 로봇공학연구소로 발돋움한 가장 큰 이유는 '벽 없는 연구'다.
실제 로봇연구소가 밀집해 있는 뉴얼사이몬 홀에 들어서자 곳곳의 연구실은 활짝 열려 있었다. 꽉 닫힌 다른 연구소와는 차별화된 분위기였다. 각 연구팀들이 다른 팀에서 무엇을 연구하고 있는 지 알 수 있고 연관 기술에 대해서 끊임없이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었다. 이들은 필요에 따라 연구팀을 수시로 바꾸며 원하는 분야를 보강해 나간다. 지난해에는 연구실 전체면을 유리로 해 연구과정을 누구라도 볼 수 있는 '삶의 질 기술센터'(QLTC'Quality of Life Technology Center)를 오픈했다. 장애인 로봇을 만드는 연구팀의 연구과정을 직접 볼 수 있고 누구라도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기술에 대한 토론이 가능한 자리다. '벽 없는 연구'에 대한 대학의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것은 물론 광고효과와 로봇산업의 개별의지를 보여주는 전략이기도 하다는 것이 대학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이 대학에서 로봇 엔지니어로 있는 방석원 박사는 "로봇은 어느 한 사람의 천재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각자 맡은 분야를 발전시켜야 하는 방대한 작업이다. 한 분야가 빨리 발전한다고 해도 조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단순한 기계 이상의 것을 이룰 수 없다. '벽없는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고 설명했다.
미국 피츠버그에서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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