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해라, 학원가라. 딸에게 일방적으로 강요만 해온 점을 뉘우칩니다." "나를 위한 아빠,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됐어요,"
21일 오후 경북고 강당. 중'고 학생, 학부모 300명이 서른 개의 원탁에 둘러 앉았다. 이 학교 교실에도 초교 학생, 학부모 300명이 모였다. 이들은 '우리 시대 가족,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가족사랑 디베이트(토론)'를 하려 한자리에 모인 것.
원탁별로 주고 받은 의견은 노트북을 통해 대구시교육청의 중앙 컴퓨터로 실시간 전송됐고, 추려진 의견들은 중앙 무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비쳐졌다.
참가자들이 7가지의 주요 의견에 대해 무선투표기로 앉은 자리에서 즉석 투표를 하자 스크린에는 '대화 시간 부족'이 35%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는 것이 나타났다. 같은 방식으로 '우리 시대 가족,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고, 참가자들은 '배려와 이해'(39%)에 가장 많은 표를 던졌다.
동촌중 원정현 양은 "부모와 자녀 모두 서로에게 기대하는 것이 지나쳐 충돌이 빚어지는 것 같다"며 "대화가 아니라 서로 자신의 말만 해온 것이 아닌가 반성하게 됐다"고 했다.
이날 토론은 대구시교육청이 마련한 '2012 가족사랑 디베이트 어울마당'이었다. '600인의 토론, 우리 시대의 가족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가족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고 즉석 투표를 통해 무엇이 문제인지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이날 열린 원탁 토론은 주민들이 모여 직접 의사를 표시하고 바로 정책을 결정짓던 미국의 '타운 미팅'(Town Meeting'마을회의)을 변형한 행사.
원탁 토론은 2시간 넘게 진행됐지만 새롭고 속도감 있는 진행 방식 때문에 참가자들이 지겨워 하는 모습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이야기에 열중하다 가족 간에 감정이 충돌, 목소리가 높아지거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다들 속마음을 털어 놓아 토론 후에는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참가자들은 상대의 입장을 헤아려 보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안심중 김소현 양은 "자녀는 아버지를 존중하지 않고 아버지는 자신의 가치관을 자녀에게 강요하다 보니 가족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것 같다"고 했다.
학부모 김미숙 씨는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만 해온 점을 뉘우치게 됐다"며 "앞으로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하겠다"고 했다.
원탁 토론이 마무리된 뒤 가족끼리 모여 앉아 주최 측이 나눠 준 8절지에 디베이트 참가 소감을 적었다. 삼행시, 노랫말 개사 등 다양하게 느낀 점을 적었고 그림으로 표현한 가족도 여럿 있었다. '어리숙하게만 보였던 아들이 의외로 말을 잘 하더라' 등 가족의 새로운 모습을 봤다는 소감도 있었다.
아들 배완(상원고) 군과 함께 행사에 참가한 배명근 씨는 "원탁토론과 즉석 투표를 통한 실시간 결과 확인 등 새로운 형식의 토론이 신선하고 재미도 있었다"며 "대구가 다른 지역보다 한 발 앞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고 했다.
시교육청 한준희 장학사는 "가족이 서로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고 다른 가족의 사례도 들어볼 수 있어 의미있는 자리가 됐을 것"이라며 "앞으로 교사와 학생, 남학생과 여학생 간 원탁토론 자리도 마련, 소통과 배려 문화를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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