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밤 방송되는 SBS TV 예능프로그램인 '힐링캠프'를 두고 서울 여의도 정가에서는 말들이 많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출연하기 때문이다.
일단 여야 대선 주자들은 전파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당장 새누리당 김문수 대선 경선 후보 측에서 입을 열었다. 올해 초 '힐링캠프' 출연을 타진하다 무산된 것으로 알려진 김 후보 측 관계자는 "SBS 관계자와 비공식적으로 논의를 하다가 '정치인은 안 된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설명하면서 "이런 와중에 안 교수의 '힐링캠프' 출연은 국민 지지도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진 안 교수에게 차별적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인 손학규'김두관 측에서도 방송의 편파성을 문제 삼았다. 손 후보 측은 "올해 초부터 '힐링캠프' 출연을 계속 요청했는데 SBS 측이 거절했다"며 "대선 경선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방송사가 안 교수의 출연을 결정한 것은 선거 개입이자 공정성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도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후보는 인지도와 지지도 상승의 덕을 누리고, 어떤 후보는 그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면 참으로 불공정한 일"이라고 했다.
이처럼 여야의 대선 주자들이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에 목을 매는 이유가 뭘까. 현재까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주자는 새누리당 박근혜'민주당 문재인 후보뿐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문 후보가 지난 1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후 지지율이 두 배가량 올랐다고 분석했다. 박 후보도 방송 출연 후 지지율이 소폭 상승했다.
안 교수도 마찬가지다. 19일 정치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출간하고 23일 '힐링캠프' 출연이 알려지면서 안 교수의 지지율은 2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19~21일 전국의 만 19세 이상 유권자 2천 명을 대상으로 대선 2차 정례 여론조사(최대 허용 오차 범위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를 실시한 결과다. 안 교수의 지지율은 2주 전에 비해 1.2%포인트 상승(18.7%→19.9%)했다.
이와 다른 시각도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대선 주자들이 예능방송프로그램에 너도나도 기웃거리는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할 수 있고, 감성적 호소로 여론몰이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락프로인 만큼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질 공식 인터뷰나 정책 토론회보다 긴장도가 덜하다는 것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한 나라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대선 주자들이 국민들이 '듣고 싶은 말'보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만 할 수 있는 오락프로그램에 너도나도 기웃거리는 것은 꼴사나운 것"이라며, "정책 대결은 실종되고 감성적 호소를 통한 이미지 대결에만 열을 올리는 대선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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