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물가 떠안은 '착한 가격 업소'…일부 업소 선정 거부도

식자재 값 2배 올라도 음식가격 못 올려 한숨

"착하다기보다는 바보 같은 거죠. 가격을 올리면 손님 발길이 뚝 끊어지기 때문에 손해를 보면서도 올리지 못합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착한 가격업소'를 선정했지만 상인들은 물가상승에 대한 부담을 업체에 전가시킨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착한 가격업소는 물가상승률에 구애받지 않고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업소로 대구에는 지난해 146개 업소에 이어 올해 249개 업소가 선정됐다.

하지만 착한 가격업소들은 식자재 값 인상 부담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자신들이 떠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51) 씨는 지난해 '착한 가격업소'로 선정됐지만 기쁘지 않다. 김 씨는 2년 동안 음식 가격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작년부터 오르기 시작한 식자재 가격 탓에 김 씨 손에 떨어지는 돈은 갈수록 줄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지난해보다 수익이 반으로 줄어 장사를 접을지 고민하는데 착한 가격업소가 무슨 소용이냐"며 "900원 하던 무 가격이 두 배로 뛰었지만 음식 가격을 조금만 올려도 손님들이 외면해 올리기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보다 2.2% 상승했다. 특히 대구는 전년 대비 상승률이 2.8%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식자재로 쓰이는 생선과 채소 등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에 비해 11%나 급등했다.

착한 가격업소 신청은 영업자의 신청이나 읍'면'동장의 추천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대구시 중구의 착한 가격업소 중 10개 식당 모두 중구청과 시청의 권유로 선정됐다. 이 때문에 정작 업소들은 착한 업소 선정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거나 거부하기도 한다.

상인 박모(55) 씨는 시청에서 권유한 착한 가격업소 선정을 거부했다. 착한 가격업소로 선정되면 6개월 동안 음식가격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 박 씨는 "식자재 값이 두 배로 뛰어 음식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두고 '착하다, 착하지 않다'로 판단하는 것은 우습다"고 말했다.

한 상인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가격 유지를 하는 마당에 착한 가격업소 선정은 큰 의미가 없어 표지판을 붙여놓지도 않았다"며 "상인을 쥐어짜서 물가 안정을 유도하기보다는 식자재 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경제정책과 관계자는 "착한 가격업소는 박리다매를 통한 물가 안전 관리 차원에서 시행한다"면서 "식자재 가격 인상과 같은 문제점은 보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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