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에서 잇단 학교폭력으로 인해 학생들이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많은 언론 매체들은 입시위주의 과도한 경쟁시스템에서 비롯되는 학업스트레스를 학교폭력의 주요 원인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학업스트레스를 지니고 있는 학생들이 모두 학교폭력을 행사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학교폭력의 원인을 학업스트레스보다는 다른 측면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이 진단한 학교폭력의 다양한 원인들 중에서 특히 나에게 와 닿은 것은 다음의 두 가지 내용이었다.
첫째는 청소년들의 공감(共感) 능력, 즉 타인을 배려하는 능력이 떨어졌다는 점. 둘째는 인터넷'모바일 기기의 발달과 더불어 게임중독에 빠진 청소년들이 많다는 점이다.
'오늘도 8교시가 끝나고 영어, 수학 학원까지 갔다. 우리 집은 맞벌이기 때문에 이제는 초인종을 눌러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여느 때처럼 아무도 없는 거실에 불을 켠다. 나를 위안해 주는 건 역시 게임뿐이다.'
이것이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맞닥뜨린 현실이다. 과거의 청소년들은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부모님과 형제들로 북적거리는 집에서 생활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는 법을 체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즈음은 대부분이 혼자다. 직장에서 일에 지쳐 늦게 집에 돌아온 엄마'아빠와 대화하는 것도 쉽지 않다.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청소년들의 공감 능력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혼자 집에 남겨진 아이들은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폭력'음란물에 노출되기 쉽다. 게임의 목표는 레벨 또는 아이템을 사용해서 상대방을 제압하거나 죽이는 것이다. 가상공간에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상대방의 캐릭터에 공감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오직 나의 감정에 충실해야지만 게임에서 이길 수 있다. 이렇게 사이버 공간에서 체득한 개인주의와 비인간화는 오프라인에서 학교폭력으로 이어진다. 게임에서의 아바타처럼 친구들도 군림하고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여기고, 폭력에 희생당하는 친구의 감정이나 정서에 공감하는 능력을 점점 상실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볼 때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들 간의 소통의 물꼬를 터주고 서로에게 공감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작년 우리 반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려 본다. 새 학년으로 올라가기 전 마지막 날 담임선생님께서는 서로 인사를 나누라며 의자를 둥글게 배치해두고 자리를 비우셨다. 처음에는 간단한 인사말이 오고 갔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들은 솔직한 감정들을 내비쳤다. 나도 한 친구에 대해 오해했던 일이 있었는데 그 친구의 솔직한 마음을 듣고 오해가 풀렸고 미안함에 눈물이 흘렀다. 어쩌면 우리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와 같이 서로의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솔직한 대화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폭력 해결도 학생들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서로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우리 학교에는 영어 카페(English Cafe)라는 공간이 있다. 친구들은 쉬는 시간에 여기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즐길 수 있는 활동을 권장할 필요가 있다. 학급 친구들이 함께 영화나 뮤지컬 같은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면 학생들은 오프라인에서의 문화 활동에 흥미를 느끼게 되고 이를 통해 사람과 대면해 소통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을 것이다.
대구외국어고등학교 3학년 배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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