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움직이는 종양조직도 끝까지 추적 파괴…진화하는 방사선 치료

종양 부위만 집중 정상조직은 보존…5∼9개 방향마다 방사선 세기 조절

'방사선'하면 으레 원자폭탄, 원자로, 핵실험, 암 등 무서운 것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방사선은 1895년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한 이래 일상생활에 밀접히 관련돼 매우 많은 분야에 쓰이고 있다. 의학적으로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응용할 뿐 아니라 산업현장에도 쓰이며, 농업'생물학'화학 등의 연구에도 활발히 응용되고, 이용분야가 점차 늘고 있다.

◆세포를 파괴하는 방사선

사실 방사선은 공기나 흙, 물처럼 세상을 구성하는 수많은 필수요건 중 하나다. 그만큼 우리와는 뗄 수 없이 늘 함께 존재한다. 방사선은 발생 근원에 따라 자연방사선과 인공방사선으로 구별한다. 자연방사선은 태양, 땅 심지어 음식물에서도 나온다. 인공방사선은 인위적으로 방사선이 발생되도록 만든 장치나 기구에서 발생되는 방사선을 말한다.

발생 근원이 어디에 있건 방사선은 인체에 영향을 주게 된다. 양이 적으면 인체에 피폭돼도 거의 영향이 없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이 피폭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방사선에 의한 세포의 사망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세포의 필수적인 기관, 특히 DNA와 세포막의 파괴 탓에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이용해 인체 특정부위에 있는 종양이나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개발된 장치가 방사선치료기계다. 대표적인 것으로 '선형가속기'를 들 수 있다. 선형가속기는 전자를 수백만V(볼트)로 가속해서 방사선을 만들어 내는 최첨단 방사선 발생장치. 양성종양이나 암 치료에 전 세계적으로 쓰인다.

◆암세포를 수술하듯 사라지게 해

선형가속기를 이용한 일반적인 방사선치료는 종양이 있는 부분에 원하는 방사선량을 쪼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주변 정상조직에도 상당량의 방사선이 가해져 그에 따른 부작용이 오게 된다. 가령 자궁경부암, 방광암 등에서 복부 방사선치료를 할 때 소장, 대장, 방광 등에 방사선이 가해져 복통, 설사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또 폐암으로 폐에 방사선치료를 받을 때, 인접한 폐와 식도 등에도 방사선이 가서 방사선폐렴, 식도염 등이 올 수 있다. 때문에 정상조직에 가해지는 불필요한 방사선을 줄이기 위한 컴퓨터 기술과 장비들이 지금도 꾸준히 개발되고 있고, 정확도와 정밀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선형가속기를 이용한 첨단 방사선치료방법들이 개발돼 있다. 먼저 '입체조형 방사선치료'(Conformal radiation therapy)는 선형가속기에서 나온 방사선을 여러 방향에서 종양의 모양과 같이 치료함으로서 종양 부위에만 최대의 방사선이 가도록 하는 방법이다.

'정위적 방사선수술'(Radiosurgery)은 마취나 칼을 쓰지 않고 한두 차례 만에 고선량의 방사선을 종양 부위에만 집중적으로 쏴서 마치 외과적인 수술을 한 것처럼 종양을 사라지게 하는 방법이다. 여기에는 감마나이프, X-나이프, 사이버나이프가 있다. 감마나이프와 X-나이프는 주로 뇌종양의 경우에 사용하며, 사이버나이프는 전신 종양에 쓰인다.

◆움직이는 종양까지 잡아낼 수도

획기적인 방사선치료법으로 IMRT(Intensity Modulated Radiation Therapy)라고 하는 '세기조절 방사선치료'가 있다. 선형가속기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수십 내지 수백 개 구역으로 나눈 뒤 각 구역의 방사선 세기를 조절하는 것. 방사선을 가지고 그림을 그릴 수 있을 정도도 정교한 방사선 분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이호준 교수는 "이런 방법으로 5~9개 방향에서 각 부위의 방사선 세기를 조절해 방사선을 쏘면 어떠한 형태의 종양도 고선량의 방사선이 갈 수 있도록 조절이 가능하다"며 "아울러 바로 인접한 정상조직에는 최소량의 방사선이 가도록 컴퓨터로 조절할 수 있다"고 했다.

이밖에 환자가 숨을 쉴 때마다 움직이는 종양에 맞춰 치료하는 4차원 방사선치료, 컴퓨터단층촬영(CT)의 형태로 여러 개 종양을 동시에 치료하기 위해 제작된 '토모테라피' 등이 있다. 전기를 띤 입자를 가속시켜서 방사선치료를 하는 양성자치료기, 중성자치료기도 있다. 이런 특수방사선치료법은 방사선치료의 부작용을 가능한 최소화하려는 방법들이다.

한편 영남대병원은 60억여원을 들여 국내에 4곳밖에 없는 첨단 방사선 치료기기인 '노발리스 티엑스'(Novalis TX)를 도입해 조만간 진료를 시작할 계획이며, 경북대병원은 얼마 전 80억여원을 들여 움직이는 암을 추적 치료하는 최첨단 장비인 '베로'(Vero)의 도입 계약을 맺었고, 이르면 내년부터 아시아 최초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대구가톨릭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이호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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