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경제의 혈맥이다. 돈줄이 막히면 경제는 무너진다. 이 돈줄을 관리하는 주체가 금융회사다. 그래서 금융회사는 '금융기관'이란 권위적 명칭을 보너스로 받는다. 그러나 우리 금융회사는 이런 막중한 역할을 포기하고 '고리대금업자'로 전락하고 있다. 감사원의 '금융권별 영업 실태' 감사 결과는 한국 금융회사의 이 같은 '천민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신한'우리 등 4개 대형 은행은 시중금리가 떨어지는데도 각종 부당한 명목으로 가산금리를 붙여 서민들을 쥐어짰다. 이렇게 해서 거둬들인 이자 수익은 3년간 1조 550억 원이나 된다. 대출금리가 시중금리와 같이 움직였다면 서민들이 떠안지 않아도 됐을 이자 부담이다. 이렇게 해서 은행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순익을 올렸고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그 사이 서민 가계는 말라 비틀어졌다.
서민들이 더 분노하는 것은 학력별로 신용등급을 차등화해 저학력자에게 이자를 더 받았다는 점이다. 개인별 학력차는 이미 직업'소득에 반영되어 있고 신용도 역시 이를 근거로 책정되어 있다. 이런 상태에서 낮은 학력을 신용도 산정 별도 항목으로 평가했다는 것은 저학력자에게 이중의 부담을 안겼다는 뜻이다. 이뿐만 아니다. 개인이 소액대출금을 5일만 연체해도 신용등급을 떨어뜨려 이를 빌미로 대출금리를 올렸다. 뒷골목의 고리대금업자도 혀를 내두를 '흡혈'(吸血) 기법이다.
문제는 금융감독 당국이 이를 제재하기는커녕 오히려 조장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은행권의 이자 수익은 전년보다 무려 20.6%나 늘어났는데도 금융감독원은 은행에 "수익성 개선책이 필요하다"며 수익 증진을 독려했던 것이다. 결국 은행권의 가산금리 경쟁은 금감원과 은행의 합작품인 셈이다. 금융감독 당국에 대한 총체적 개혁이 요구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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