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구미 금오산 정상 현월봉(해발 976m)을 밟아 볼 수 있게 됐다. 얼마나 기다렸던 일인가. 천혜의 자연환경 유산인데도 시민들이 마음대로 누릴 수 없었는데, 늦었지만 60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온다니 다행이다.
금오산 정상은 단순 반환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1966년 7월 불공정하게 맺어진 한미행정협정에 따라 한국 내에서 미군이 차지하고 있는 영역 및 그 부근에서는 털끝 하나 건드릴 수도, 고칠 수도 없었다.
금오산 정상 역시 1953년 미군 통신기지가 들어선 뒤 시민들이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금오산 정상에 철탑이 세워지면서 전국적인 명산으로 알려진 금오산의 정기마저 빼앗겨 버렸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11월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금오산 정상 2만2천585㎡ 부지에 초소와 헬기장 등으로 구성된 미군 통신기지가 들어섰다. 이 때문에 금오산 등산객들은 정상 10여m 아래까지만 오른 후 되돌아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금오산 정상 부근에는 미군 통신기지 이외에도 1977년부터 1996년까지 한국전력과 방송사, 이동통신사가 철탑 4기를 잇달아 설치하면서 주변 경관을 해쳤다. 미군 통신기지가 1991년부터 무인(無人)시설로 전환돼 방치되면서 2004년부터 본지와 구미시민, 시민단체들은 금오산 정상 반환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구미시는 금오산 정상을 돌려받기 위해 미군 측과 10여 차례 협상을 벌여왔지만 미군의 미온적인 태도로 진척이 없었다. 이에 본지는 2010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집중적으로 미적대고 있는 미군 행정을 지적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지난해 3월 31일 구미시는 미군 측과 금오산 미군 통신기지 반환에 관한 합의문에 서명하고, 금오산 정상을 포함한 5천655㎡를 돌려받는 데 성공했다.
구미시는 오는 10월 미군 통신기지 건물 2동과 철조망 등을 철거하고 자연친화적 공원으로 조성하는 공사를 시작한다. 내년 연말이면 금오산 정상을 밟을 수 있을 것이다.
금오산 정상 반환은 민족정기를 되찾는 첫걸음인 만큼 전국 군사시설 철거 지역 복원 현장의 롤 모델로 삼아도 괜찮을 듯싶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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