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수은주를 연일 36℃ 언저리까지 밀어올린다. 정작 힘든 것은 폭염이 아니라 몸에 감기는 습도다. 불쾌지수가 높을수록 체감 더위는 커지고 심신은 지친다. 드러난 적보다 복병이 더 무섭다는 말이다. 더위로 인한 수면 부족이나 식욕 부진은 신체 리듬을 깨고 탈을 부른다.
질병을 정상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치유(治癒)라고 한다. 영어의 'heal'은 완전하다는 뜻의 고대 영어에서 비롯됐다. 신성을 뜻하는 'holy'나 전체의 'whole'도 같은 어원이다. 치유한다는 뜻의 힐링(healing)은 결국 완전하고 신성하게 만든다는 의미로 심신이 건강하면 자연히 신성한 상태와 가까워진다는 말이다. 붓다는 신성함은 네 가지 거룩한 마음에서 나온다고 가르친다. 자애와 연민, 함께 기뻐함, 평온이다. 사범주(四梵住)'사무량(四無量)이라고 하는데 인도 지식인 계급인 바라문과의 대화에서 나온 용어다. 신성함은 완전함이고 번뇌에서 벗어난 상태 즉 치유된 경지다.
요즘 '치유' 이벤트가 부쩍 많아졌다. 김난도 교수의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후 청춘콘서트와 힐링캠프가 화제다. 트위터 스타 혜민 스님의 '마음 치유 콘서트'도 장사진이다. 대선 영향도 더러 있지만 명사의 말 한마디라도 더 들으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불편하고 불안하다는 방증이다. 불안하고 막막한 게 어디 청춘뿐이랴.
사람들은 현실에 불만을 갖거나 좌절하면 어떤 식으로든 해법을 찾고 벗어나려 한다.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혼자 도 닦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함께 행복해야지'라는 혜민 스님의 말도 그런 이유일 게다. 초기 불경인 '디가 니까야'에 '고동 부는 자가 힘이 세면 어려움 없이 사방에서 다 들을 수 있다'는 구절이 있다. 번뇌와 막막함으로 고통받는 이에게 고동을 세게 불어주면 잘 듣게 되고 힘이 된다는 뜻이다.
안철수 원장의 토크쇼 '힐링캠프' 출연을 놓고 말들이 많다. 시청률을 따지고 예능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한다. 쇼는 쇼일 뿐이다. 그러나 힐링이라는 타이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힐링캠프의 공식 타이틀은 '기쁘지 아니한가'다. 마음을 털어놓고 함께 얘기하고 만나면 기쁜 일이 아니냐고 묻고 있다. 듣고 싶어 하는 이에게 들려주고 나누며 공감하면 그만이다. 화자가 누구든 무슨 상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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