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지러져 검푸르기까지 한
여름 산 짙은 녹음은 차라리
짐승의 무성한 털갈기 같다.
태풍이 치는 밤.
쩌렁쩌렁 우는 그 포효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가.
언뜻 보인다.
번갯불 사이로
온 몸을 땀에 흠뻑 젖은 채
대지에 웅크리고 있는 그 거대한
수컷 한 마리.
주체할 수 없는 욕망에
꽃을 잡아먹어, 새를, 숲을 잡아먹어 마침내
씩씩대며 나를 노려보고 있는 그
맹수 한 마리.
----------------
프랑스 시인 랭보는 좋은 시인이란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통찰할 수 있는 '견자(見者)'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 시인은 논리적인 탐구의 결과가 아니라 찰나에 사물의 본질을 포착하는 존재입니다.
여름산을 웅크리고 있는 맹수 한 마리로 보는 것 역시 견자의 시선입니다. 일순간에 힐끗 본 이 모습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여름산의 본질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를 읽는 순간 여름산이 온몸의 물기를 부르르 털며 벌떡 일어서면 어찌할까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입니다.
시인·경북대 교수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