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성폭력 거세 방안

1960년대 초에 출간된 영국의 작가 앤서니 버지스의 소설 '시계태엽 오렌지'는 선(善)과 악(惡)을 통제하는 인간 의지에 질문을 던진 화제의 작품이었다. 비행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돼 큰 논란을 일으킬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아무 이유 없이 온갖 잔인한 범죄와 끔찍한 악행을 일삼는 주인공의 모습도 그렇지만 살인 혐의로 수감된 죄인에게 교도소장이 출옥을 조건으로 제안한 갱생 요법 또한 충격적이다. 그것은 2주간의 혹독한 물리적 치료 과정을 통해 범죄적 속성을 아예 제거하는 것이었다. 주인공은 더 이상 악을 저지를 수 없으며, 자신에 대한 어떤 폭력에도 저항할 수 없는 기계적인 선인(善人)이 된다. 윤리적인 선택과 도덕적인 판단 능력이 사라진 인간이 된 것이다.

잔인무도한 흉악범에 대해서는 악행을 저지르려는 충동 그 자체를 억제하고 통제해 버리는 대증요법을 적용하는 것이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선악을 판단하고 행하는 개인의 자유의지를 아예 말살하는 것은 신이 부여한 인간성에 대한 억압이 아닐지….

아동을 상대로 한 성범죄자에게 성 충동 억제 약물을 투여하는 '화학적 거세'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처음 시행되었다. 그 와중에 경남 통영에서 등굣길 여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목 졸라 살해한 40대 성범죄 전과자가 또 붙잡혔다. 아동 성범죄에 대한 더 강력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성폭력 범죄는 해마다 늘어나는데다 재범자가 60%가 넘는다고 한다. 전자발찌로는 예방에 한계가 있으니 화학적 거세로 성적인 충동을 원천 봉쇄해 버리는 게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처방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수천~수만 명에 이르는 성범죄자들을 모두 거세한다는 게 소위 민주국가에서 가능한 일일까.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란 소설이 상징하듯 인간은 누구나 선과 악 그리고 이성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이번 통영 소녀 살해 사건의 피의자는 물론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엽기적 성범죄자들은 모두가 포르노와 아동 음란물에 깊이 빠져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온갖 포르노가 홍수를 이루고 인터넷과 방송마다 저질 화면이 난무하는 우리 사회가 욕망에 취약한 이들을 충동질하지는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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