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부연락선을 아시는지요? 관부(關釜)라면 일본의 시모노세키(下關)와 한반도의 부산, 두 지역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곳을 오고 가던 정기선박을 관부연락선이라 불렀습니다. 그런데 관부연락선이란 말 속에는 지금도 식민지시대 우리 민족의 한과 피눈물이 흥건히 배어 있습니다. 가졌던 토지를 모조리 빼앗기고 다만 절박한 생존을 위해 현해탄을 건너갔던 무수한 한국인의 상처와 슬픔이 관부연락선에 깃들여 있을 것입니다. 강제로 끌려 가 일본 각지의 공사현장에서 혹사를 당했던 한국인들의 원성이 들리는 듯합니다.
관부연락선이 맨 처음 운항을 시작한 것은 1905년입니다. 당시에는 이끼마루라 불렀습니다. 그러다가 일제는 관부연락선의 이름을 자주 바꾸곤 했는데, 그 배경에는 한반도에 대한 침략이념과 대륙정책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었습니다. 자, 그러면 관부연락선의 이름이 어떻게 바뀌어져왔는지 어디 한 번 확인해 볼까요? 이끼마루→쓰시마마루→우네까마루→홍제환, 고려환, 신라환→경복환→덕수환, 창경환→금강환, 흥안환→이찌끼마루→천산환→곤륜환 등으로 줄곧 명패를 바꾸어왔습니다. 이 관부연락선은 맨 처음 1천500t급 소형연락선으로 출발하였으나 세월이 갈수록 7천500t급 대형 선박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관부연락선에 몸이 실려 떠나간 한국인들은 일본의 시나노가와 발전소, 규슈탄광, 홋카이도탄광 등지에서 민족차별과 인간 이하의 천대를 받으며 심지어는 학살을 당하기까지 했었지요. 1923년에 일어났던 관동대지진 때는 상상을 초월하는 한국인학살사건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하여 관부연락선은 일본의 식민지 경영과 한반도 강점의 부조리한 현실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한 축소판으로 여겨졌던 것입니다.
1937년 2월, 식민지조선의 여성가수 장세정은 한 편의 기막힌 가요작품을 발표했습니다. '연락선은 떠난다'가 바로 그것입니다. 노래 가사를 보면 그저 사랑하던 연인과의 평범한 이별 장면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음미해보면 이별과 눈물의 의미가 범상치 않습니다. 그야말로 생살이 찢기는 식민지의 고통과 한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챌 수 있습니다. 관부연락선을 타고 현해탄을 건너 일본 땅으로 떠나면 그 길이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올 수 없는 아득한 황천길이었던 것입니다.
쌍고동 울어 울어 연락선은 떠난다/ 잘 가소 잘 있소 눈물 젖은 손수건/ 진정코 당신만을 진정코 당신만을/ 사랑하는 까닭에 눈물을 삼키면서/ 떠나갑니다 (아이 울지 마세요)/ 울지를 말아요
-'연락선은 떠난다'(박영호 작사'김송규 작곡'장세정 노래)
징용이라는 이름으로 강제노동에 동원되었던 우리 동포들은 이 '연락선은 떠난다'의 구슬픈 곡조에다 슬쩍 가사를 바꾸어서 자신의 처연한 심정을 표현했습니다. 이른바 노가바(노래가사 바꿔 부르기)의 한 과정이었지요. 그 노랫말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무엇을 원망하나 나라가 망하는데/ 집안이 망하는 것도 이상할 게 없구나/ 실어만 갈 뿐 실어만 갈 뿐/ 돌려보내 주지 않네/ 눈물을 삼키면서 떠나갑니다/ 연락선은 지옥선
영남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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