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헉헉거리게 하는 폭염속에서도 시민을 위해 직분에 충실한 사람들.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때론 살도 녹아내릴 듯한 철로 위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뛰는 직업인들을 소개한다.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나의 비지땀이 무더위와 교통정체로 상승하는 운전자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면 폭염이 대수이겠습니까."
26일 오후 대구 북구 노원동 만평네거리. 모자를 쓰고 긴 바지를 입은 대구 북부경찰서 교통안전계 김영애(33'여) 경장이 호루라기를 불며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다. 얼굴엔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지만 땀을 닦을 새도 없이 수신호하기에 바빴다.
김 경장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보행자는 줄었지만 차량 통행량이 2배가량 늘어 쉴 겨를이 없다"고 했다.
40℃를 웃도는 한낮의 아스팔트 도로가 교통경찰에게는 '가마솥'에 들어간 것과 마찬가지다. 아스팔트에서 나오는 지열과 차량이 내뿜는 열기는 숨을 턱턱 막히게 한다. 달궈진 도로 위로 부는 바람도 뜨겁다. 김 경장은 얼굴과 팔에 자외선 차단제를 발랐지만 땀에 씻겨 효과가 없다. 얼굴과 팔이 벌겋게 익다시피 했다. 옷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으로 흠뻑 젖었다.
"매연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지만 뜨거운 입김이 두려워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하루에 흘리는 땀이 한 바가지가 될 거예요."
김 경장의 하루는 도로 위에서 시작해 도로 위에서 끝난다. 차량 통행량이 많은 출퇴근 시간에는 땡볕에서 2, 3시간 동안 꼼짝없이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이날 오후 4시쯤 나무그늘 아래서 더위를 잠시 식히고 있는데 갑자기 만평네거리에서 팔달교 구간에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팔달교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동료가 잠시 교대하는 5분 동안 차량이 정체된 것. 김 경장은 다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도로 위로 달려가 호루라기를 불면서 바쁜 손놀림으로 꽉 막힌 도로를 뚫었다. 차량 소통이 원활해지자 김 경장이 한숨을 돌리면서 모자를 벗었다. 땀으로 젖은 머리가 드러났다.
김 경장은 "잠시만 긴장을 늦춰도 차량이 정체된다"며 "땀띠로 온몸이 따끔거리지만 긍지와 보람으로 뜨거운 여름을 견디고 있다"고 했다.
교통정리를 하다 보면 운전자들에게 싫은 소리를 듣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폭염 때문에 괜스레 짜증을 내는 운전자가 많다.
"운전자들이 교통경찰에게 삿대질을 하고 험한 소리를 쏟아내면 힘이 빠집니다. 지나가는 운전자들이 '수고 많습니다'하고 한마디를 건넬 때는 찜통더위가 싹 달아나지요."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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