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생활을 좀 더 편하게 해 줄 수 있을까?"
올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조명 전시회인 조명건축박람회에 참가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한 화두였다. 박람회에 참가한 기업들이 해답으로 제시한 것은 바로 LED 조명이었다. 전 세계가 LED를 주목하고 있다. LED가 생활을 바꾸는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LED는 조명을 너머 가전'광고'자동차'교통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면서 생활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생활 깊숙히 파고 들어 반란을 꾀하고 있는 LED의 현주소를 조명했다.
◆조명시장은 LED로 재편 중
LED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는 조명이다. LED 전구가 가진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LED 전구는 에너지 절약에 있어 독보적인 존재다. LED 전구는 전기에너지의 90% 정도를 빛에너지로 바꾼다. 반면 백열전구는 전기에너지의 90%를 열에너지로 바꾸고 10% 정도만 빛에너지로 전환한다. 백열전구를 오래 켜두면 전구가 뜨거워지는 이유다. LED 전구의 전력 사용량은 백열전구의 20%, 형광등의 30~40%에 불과하다. 또 할로겐전구를 LED 전구로 교체하면 85% 이상 전력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수명도 반영구적이다. 백열전구의 평균 수명은 1천 시간이지만 LED전구는 최대 3만 시간까지 쓸 수 있다. LED 전구를 하루 5시간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이론적으로 16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LED 전구는 백열등이나 형광등에 들어가는 필라멘트 대신 반도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납과 수은 같은 유해물질이 없는 친환경제품이다.
이에 따라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1879년)한 이후 130여 년간 큰 변화가 없었던 조명시장이 LED 전구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전력 수급 차질로 지난해 대규모 정전사태를 경험한 정부가 적극적으로 LED 전구 사용을 권장하면서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대구시는 정부가 추진중인 '2060 계획'에 따라 공공기관의 실내등을 LED 전구로 교체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60 계획'은 2020년까지 공공기관의 경우 실내등 전부를 LED 전구로 바꾸고 민간기관은 교체율을 60%까지 끌어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최근 동구청을 비롯해 남구청'수성구청이 청사 내 전구 일부를 LED 전구로 교체했다. 대구시는 지난해 말 기준 10.2%에 머물러 있는 공공기관 LED 전구 보급률을 올해 33.8%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민간에서도 LED 전구로 교체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대구 수성구에 있는 아파트 단지 코오롱하늘채 수는 지하주차장 조명을 LED 전구로 바꾸었다. 대구 상인동에 위치한 상인프라자는 2009년 LED 조명 시범건물로 지정되면서 3천여 만원의 돈을 들여 주차장 뿐 아니라 복도'통로 등에 있는 일반전구 436개를 LED 전구로 교체했다.
조명시장에 부는 LED 바람은 시간이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이 백열전구 판매를 금지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중국도 단계적으로 백열전구 판매를 금지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LED 전구 보급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가격도 크게 떨어져 소비자들의 부담도 감소했다. 3년 전 만해도 LED 전구의 가격이 1개 당 3~5만원에 달해 소비자들은 선뜻 주머니를 열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6~8W(40W 백열전구 대용) LED 전구의 가격은 1만원 전후로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LED 시장 규모가 2010년 9천548억원에서 올해는 1조5천600억원, 2015년에는 8조7천억원으로, 세계 LED 시장 규모는 2010년 4조3천244억원에서 올해는 10조4천696억원, 2015년에는 33조20억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야간경관도 바꿔
LED를 사용해 경관 조명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도심의 밤풍경도 한결 화사해지고 있다. 지난해 개장한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화려한 경관 조명을 자랑한다. 건물 전면과 우측면을 잇는 가로 95m, 세로 46m의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는 밤이 되면 화려한 빛을 내는 그래픽 작품으로 변신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미디어 파사드'는 건물 외벽을 의미하는 '파사드'(Facade)와 '미디어'(Media)의 합성어로 건물 외벽에 LED 조명을 설치해 미디어 기능을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LED를 이용한 경관 조명으로 준공 승인을 받은 대구 최초의 업체다. 현행 건축법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을 신축할 경우 도시 미관을 위해 조형물을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은 조형물 대신 건물 외관을 화려하게 수놓는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해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준공 승인을 받았다. 대구시는 지난해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경관 조명을 강화하기 위해 '미디어 파사드' 설치안을 승인해 주었다.
현대백화점의 '미디어 파사드'는 1만개 이상의 LED 전구를 사용해 대구의 역사'현대인의 생활패턴 등을 형상화한 국내 유명 그래픽디자이너의 작품을 구현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미디어 파사드'를 한참 들여다 봐도 작품 내용을 알기가 쉽지 않다. 작품 구현 시간이 너무 길어(3시간) 10분 단위로 쪼개 부분적으로 작품을 구현하기 때문이다. 설치 업체에 따르면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하는데 수십 억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소요된 비용 가운데는 3명의 작가에게 지불된 작품 사용료 수 억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간 경관을 위해 LED 조명으로 다리를 화사하게 장식하는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대구시는 2007년 14억4천만원을 들여 서변대교 양쪽 측면에 LED 조명을 설치한데 이어 2008년 수성교, 2010년 상동교, 지난해에는 강창교를 LED 조명으로 단장했다. 거리를 밝히는 가로등도 LED로 교체되고 있다. 대구시는 올해 송현여고~학산네거리, 신당우체국~서한한샘아파트 간 가로등을 LED 전구로 교환했다. 지난해에는 반월당~대구교대에 이르는 113개의 가로등을 LED 전구로 바꾸었다.
또 무분별한 조명으로 그동안 야간경관을 헤치는 원인으로 지목되었던 간판도 LED를 통해 깔끔하게 거듭나고 있다. 대구 중구청은 지난해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비롯해 동신교~종각네거리, 공평네거리~시청네거리에 있는 점포 간판 조명을 LED로 교체했으며 올 6월에는 서성네거리~이상화고택에 이르는 거리의 간판을 LED로 교체하는 사업도 완료했다
◆약방의 감초 같은 LED
LED는 약방의 감초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조명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2009년부터 차량 조명에 LED 사용이 허가 되면서 각종 램프(전조등'브레이크등'방향지시등)에 LED제품을 사용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 에너지 효율이 좋고 내구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장식적인 효과도 있어 자동차를 LED로 튜닝하는 마니아들도 늘고 있다. LED 튜닝은 택시 기사 사이에서도 유행하고 있다. 탑등과 실내등 뿐 아니라 차량 외부까지 LED로 치장한 택시는 외관이 화려해 일명 'UFO 택시'로 불린다. 오토바이와 자전거도 LED 튜닝의 예외가 아니다. 개인의 취향에 맞춰 외관을 꾸밀 수 있고 안전성까지 높일 수 있어 오토바이나 자전거에 LED 조명을 장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전자제품 분야에서도 LED는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TV다. 몇 년 전 삼성과 LG는 LED TV를 출시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LED TV는 LCD TV의 광원으로 사용되던 냉음극형광램프(CCFL)를 LED로 바꿔 두께를 줄이고 저전력'고화질 등의 장점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 또 휴대폰'노트북의 모니터를 밝게 해주는 광원에도 LED 사용이 대세가 되었으며 냉장고에도 LED 바람이 불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11년형부터 모든 냉장고에 LED 조명을 탑재했다.
LED는 존재를 알리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유흥업소 등에 종사하는 종업원들 가운데 LED 명찰을 만들어 자신의 이름을 홍보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총선 때는 윤민호 통합진보당 광주 북을 예비후보가 선거운동 사상 처음으로 LED 어깨띠를 메고 야간 선거운동을 벌여 화제가 됐다. 또 음식점을 알리기 위한 LED번호간판도 등장했다. 올초 울산시는 십리대밭 먹거리단지 활성화를 위해 음식점별 LED 번호간판을 설치했다. 업소별로 고유번호를 부여해 방문객들에게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LED 번호간판은 손님은 물론 음식점 업주, 대리운전기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ED는 생활을 너머 예술작품 소재로도 사용되고 있다. 올 3월 대구방송총국 전시실에서 '불빛세상-시간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연 송주형 작가는 LED를 이용한 조형예술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밖에 LED는 차량 소유자의 연락처를 알려주는 전화번호판 뿐 아니라 전광판, 교통신호등에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특히 대구시내 교통신호등의 경우 80% 이상이 LED 제품으로 교체됐다. 대구시는 2014년까지 700여 곳에 설치된 교통신호등을 모두 LED 제품으로 바꿀 계획이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LED란
발광다이오드(Light Emitting Diode)를 말한다. 발광다이오드는 갈륨'비소 등의 화합물에 전류를 흘려 빛을 만드는 반도체소자. 한마디로 빛을 내는 반도체가 LED인 셈이다. LED의 발광 원리는 1907년 발견되었으며 1962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로닉스(GE)가 적색 LED를 상용화하면서 생활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어 1993년 청색 LED, 1997년 백색 LED 등이 개발되면서 그 용도가 점차 확대됐다. 특히 백색 LED가 개발되면서 LED가 일반 조명을 대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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