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이책!] 김부식과 일연은 왜

김부식과 일연은 왜/ 정출헌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각각 수많은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김부식과 일연은 왜'는 삼국시대를 엿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인 이 두 고전을 비교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이 두 고전은 같은 시대를 다루고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같은 사건을 다룬 경우를 찾아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같은 사건을 다룬다 하더라도 서로 묘사하는 바가 다르기 일쑤다. 이 책은 김부식과 일연이 당대의 시대적 요구에 따라, 그리고 자신들의 관점에 따라 삼국의 역사를 얼마나 다르게 그리고 있는지를 살핀다.

지은이는 두 고전에 나오는 여러 가지 사례들 가운데 같은 사건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 혹은 비슷하지만 다른 이야기를 선별해 두 기록을 함께 읽으면서 김부식과 일연의 시각차를 살펴본다. 한 예로 우리 역사상 충신으로 기록돼 있는 박제상에 대한 기록을 보면 김부식과 일연의 강조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구려와 일본에 볼모로 잡혀간 내물왕의 두 아우를 위해 나섰던 제상이 왕의 두 아우를 구출하는 데는 성공하지만 끝내 일본에서 죽임을 당한다는 이야기인데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은 결말이다. 김부식은 두 아우를 찾은 왕의 흥겨운 잔치로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그 부인을 지아비의 죽음을 지켜보면서도 말 한마디 남기지 못하는 애절한 여인으로 그렸다. 반면 일연은 제상이 혹독한 고문을 겪으며 흘린 피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런 지아비를 기다리던 부인은 신모(神母)가 되었다는 이야기로 끝낸다. 김부식은 박제상을 충신의 전형으로 본 반면 일연은 현실에만 급급한 중생의 어리석음을 일깨우려는 발상에서 제상의 죽음과 그 이후의 신이한 행적을 강조했다.

지은이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단지 역사적 텍스트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편찬자의 의도, 시대적 요구 사항 등을 고려하며 음미한다. 역사는 편찬자와 편찬된 시대적 상황에 따라 같은 이야기도 얼마든지 다른 모습으로 그려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295쪽, 1만3천원.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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