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후변화? 질주하는 농산물펀드

주요 곡창 작황 부진 가격 급등…한달 평균 수익률 18.34% 달해

농산물펀드가 단독 질주하고 있다. 대부분 펀드들이 침체에 빠져 있는 상황임에도 급격한 기후 변화의 효과를 단단히 누리고 있다. 국내주식형 펀드와 해외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0% 안팎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낙관론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수급 불균형으로 가격이 오른 만큼 생산량을 늘리려는 시도가 곧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농산물펀드의 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23일'연환산 기준)은 18.34%를 기록했다. 국내주식형 펀드와 해외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각각 마이너스(-)1.72%와 1.50%인 것을 감안하면 '단독질주'라는 말이 어울릴 만한 성적이다.

농산물펀드의 독주는 이상기온 덕분(?)이다. 세계 주요 곡창지대의 작황이 좋지 않아 곡물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연일 40℃가 넘는 무더위가 이어지며 흉작의 주요 원인이 됐다. 자연히 밀, 옥수수, 대두의 수확량이 크게 줄었고 양호한 상태에 있는 옥수수 종자의 비율도 26%에 불과해 품질도 크게 떨어졌다.

이 때문에 최근 한 달간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밀, 옥수수, 대두의 선물 가격은 각각 38%, 30%, 19% 상승했다. 이런 상승세를 바탕으로 콩 선물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인 '삼성 KODEX 콩선물(H) 특별자산 상장지수 투자신탁[콩-파생형]'의 수익률은 40%를 넘어섰다. '미래에셋 TIGER 농산물 선물 특별자산 상장지수펀드'도 최근 한 달 수익률이 26%를 넘었다. 이 밖에도 국내에서 출시된 농산물펀드 16개 모두 연초 이후 플러스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향후에도 낙관적일 것이라는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곡물 재고율에 여유가 있어서다. 올해(2011~2012년) 세계 곡물 재고율 전망치는 20.1%. 2007~2008년의 애그플레이션 때의 저점(17.2%)보다 높다. 여기에 "극단적인 이상기후가 아니면 가격은 이내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펀드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특히 농산물은 가격이 오르면 여기저기서 생산량을 늘린다는 점에서 신중론에 무게가 실린다. 농산물펀드는 가격 등락에 따른 수익률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분산 투자 관점에서 포트폴리오의 10~20% 수준을 유지하는 게 좋다는 조언도 여기서 나온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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