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열대야 밀쳐내고 '대∼한민국'…기분 후련한데 "못잔 잠은 어쩌지"

26일 저녁 런던 올림픽 축구 예선 멕시코전이 열린 가운데 대구 도심에서 지역 주민들이 전광판을 바라보며 열띤 거리응원을 펼치고 있다.
26일 저녁 런던 올림픽 축구 예선 멕시코전이 열린 가운데 대구 도심에서 지역 주민들이 전광판을 바라보며 열띤 거리응원을 펼치고 있다.

우리 지역도 런던올림픽 열기에 동참했다. 28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개최 기간 동안 밤낮 가리지 않고 우리 선수들을 응원할 예정이다. 밤새워 응원전을 즐길 계획에 너도나도 들떠 있지만 직장인과 학생들은 출근과 학업에 자칫 지장을 줄까 고민도 적잖다. 다행히 여름휴가철과 겹쳐 부담이 적은 편이다. 아무튼 때마침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를 우리 선수들의 승전보가 시원하게 날려줄 수 있을까? 이런저런 올림픽 즐기기 백태를 살펴봤다.

◆올림픽 중계방송 "시차를 극복하라!"

올림픽 중계방송 시청의 관건은 '시차'다. 시차에 따라 한국시간으로 이른 저녁에 열리는 경기가 제일 좋다. 특히 직장인과 학생들의 경우 다음날 출근과 등교에 부담이 없고, 동료들이나 가족과 모여 맛난 음식을 즐기며 응원할 수 있어 대환영이다. 하지만 너무 늦은 심야나 오전, 혹은 업무나 수업 시간인 낮에 열리는 경기는 적잖은 고민을 부른다.

그래서 '적당한' 시차가 미덕이다. 베이징과 우리나라의 시차는 1시간. 그래서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직장인과 학생들은 업무나 수업 시간인 오전에 열린 박태환의 수영 경기 등을 휴대전화나 인터넷 등으로 재량껏 '눈치 시청'해야 했다. 시차가 거의 없다 보니 "저녁에 맥주 한잔하면서 즐길 수 있는 경기가 별로 없어 아쉽더라"는 얘기도 당시 많이 나왔다.

그렇다면 이번 런던올림픽은 어떨까? 런던과 대구의 시차는 8시간이다. 런던이 8시간 빠르다. 그래서 런던에서 오전에 열리는 경기는 한국시간으로 이른 저녁에 중계돼 여유 있게 볼만하다. 하지만 런던에서 오후에 열리는 경기는 한국시간으로 너무 늦은 밤이나 오전에 중계돼 조금 부담스럽다.

국민들이 가장 크게 기대하고 있는 종목은 뭐니 뭐니 해도 사상 최초 메달권 진입을 노리는 축구다. 26일 멕시코전은 다행히 오후 10시 30분에 중계돼 볼만했다. 하지만 30일 열리는 스위스전과 다음달 2일 열리는 가봉전은 모두 오전 1시쯤 중계될 예정이다. 3차례의 예선전을 거쳐 8강, 4강, 결승에 진출할 경우 대진표 일정에 따라 오전 3시를 넘겨 경기를 봐야 할 수도 있다. 경기가 끝나면 바깥은 벌써 훤한 아침인 것. 홍명보호가 승승장구할수록 우리 국민들은 신명나게 밤을 지새울 전망이다.

멕시코전의 경우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일대에서 대규모 거리응원전이 펼쳐졌다. 대구시 관계자는 "스위스전과 가봉전의 경우 경기 시간이 너무 늦어 거리응원전을 준비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 축구 대표팀이 8강 이상 결선에 진출할 경우 대구시민운동장이나 대구스타디움 등에서 대규모 응원전을 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달박스인 양궁은 결승전이 남자단체가 29일, 여자단체가 30일 모두 오전 2시이고, 여자 개인이 다음달 2일 및 남자 개인이 다음달 3일 모두 오후 11시 30분에 예정돼 있는 등 늦은 편이다. 태권도 경기는 아침 일찍 일어나 봐야 한다. 네 체급에 출전하는 우리 선수들의 결승전이 다음달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오전 6시 15분이나 오전 6시 30분에 벌어진다. 직장인들은 아침 식사를 하며 경기를 보고 출근하면 된다.

이번 올림픽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국내 스포츠 스타들인 손연재(리듬체조), 이용대(배드민턴), 박태환(수영) 선수의 경기는 언제 볼 수 있을까? 손연재 선수의 경기는 이른 저녁 위주로 중계된다. 다음달 9일 오후 8시에 첫 예선을 치르는 것을 시작으로 만일 결승에 진출할 경우 다음달 11일 오후 10시에 중계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꽃미남 이용대 선수가 출전하는 배드민턴 혼합복식과 남자복식 경기도 모두 이른 저녁에 열린다. 혼합복식은 다음달 3일, 남자복식은 다음달 4일에 모두 3'4위전이 오후 5시, 결승전이 오후 9시에 열린다.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다시 금메달을 노리는 박태환 선수가 출전하는 수영 3종목 경기는 대체로 주말에 집중돼 있어 오전 경기의 경우에도 국민들의 뜨거운 응원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지역 외식업체 특수 기대

이렇게 올림픽 경기가 이른 저녁부터 오전까지 이어지면서 지역 외식업체들은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경기가 이른 저녁에 있는 경우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만 너무 늦게 열릴 경우 큰 효과는 없을 것으로 각 업체들은 내다봤다. 대구 북구 경북대 인근의 한 치킨배달업체 주인 곽모(40) 씨는 "우리나라 축구 경기와 박태환 선수의 경기가 있는 날 정도만 치킨 재료를 평소의 2배 정도 준비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 외에는 매상이 평소 여름철과 다름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호프집 매니저는 "올림픽 기간 동안 가게 영업시간을 오전까지 연장할 예정이다. 올림픽에 열대야 특수도 맞물려 매출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야식업체나 술집 외에도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카페나 편의점 등도 밤을 지새우며 응원전을 펼칠 고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는 "밤샘 응원을 돕겠다"며 기존 커피 제품에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한 '올빼미 커피' 제품을 따로 출시했을 정도. 한 편의점 브랜드는 매장에 설치된 TV를 통해 올림픽 주요 경기를 중계할 예정이다.

◆올림픽 즐기기 백태

들뜬 올림픽 분위기에 한참 공부해야 할 고3 수험생들은 고민이 많다. 지역 한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박모(19) 군은 "지난 2002년 당시 고3이었던 사촌형으로부터 '올림픽 경기 절대 보지 마라. 나는 당시 월드컵 경기 다 봤다. 몇 달 뒤 수능 치르고 나서 그때 좀 더 공부할 걸 하는 후회가 들더라'는 조언을 최근 들었다"며 "그래도 우리나라 축구 경기 정도는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3대 수능 브레이커'라는 게시물이 떴다. 올해 수능 공부를 방해하는 3가지 변수를 가리키는데 얼마 전 끝이 난 유로 2012 축구대회, 최근 출시된 온라인 게임인 디아블로3, 그리고 런던올림픽이다. 그러면서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열광하는 것은 여학생보다는 남학생 위주이기 때문에 올해 남학생들의 수능 점수 하락이 점쳐진다는 농담 반 진담 반 분석도 나왔다. 올림픽 경기에 정신이 팔려 공부가 머리에 들어가지 않는 것은 물론 늦은 저녁까지 올림픽 경기를 보며 수면 부족 및 불규칙한 생활로 인한 컨디션 난조에 빠진다는 얘기다.

올림픽 기간과 여름 휴가철이 겹친 직장인들의 고민도 적잖다. 황금 같은 휴가 기간에 올림픽 경기를 볼 것인지 눈 딱 감고 휴가를 떠날 것인지 고민에 빠진 것.

직장인 장현진(29'대구 중구 대봉동) 씨는 3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여름휴가를 신청해 놓은 상황. 원래는 혼자서 여행을 다닐 계획을 세웠지만 최근 무더위가 예상외로 기승을 부리자 "대구가 아닌 전국 어디를 가도 무더위에 지칠 것"이라는 판단에 포기했다. 대신 집에 있으면서 이달 30일 열리는 스위스전과 다음달 2일 열리는 가봉전 축구 경기를 즐길 예정이다. 다른 직장인들은 절충안을 내놓았다. 휴가지에서 올림픽 경기를 챙겨보겠다거나 유명 해수욕장 등에서 떠들썩한 응원전을 즐기겠다는 등이다.

지역 주민들은 "안 그래도 열대야 현상 때문에 밤을 지새워야 하는데 올림픽 덕분에 심심하지 않게 됐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박용석(72'대구 중구 대신동) 씨는 "무더위에 어디 멀리 여행을 가기도 힘든 노인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수박 한 조각 나누며 즐길 수 있는 올림픽 경기 응원이 제일 좋은 피서"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많이 출전하지는 않지만 지난해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경험을 계기로 이번 올림픽 육상 경기를 즐기려는 시민들도 적잖다. 자영업자 박모(45'대구 달서구 신당동) 씨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통해 경기 규칙 등을 알게 돼 육상 경기가 한눈에 훤히 보인다"며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 선수가 자신이 보유한 남자 100m 등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울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열심히 뛰어야 하지만 시민들은 너무 열띤 응원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불볕더위와 열대야 현상이 낮과 밤 교대로 올림픽 기간 동안 지속되면 자칫 건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구와 경북 일부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됐고, 열사병 지수도 위험 수위까지 치솟고 있다. 대구기상대 관계자는 ""한낮에는 야외활동이나 운동을 자제하고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며 "실내에서는 통풍이 잘 되도록 환기시키며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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