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車 부품업체들, FTA 원산지 증명 어찌하오리까

대구 성서산업단지 내에서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이 모 대표은 얼마 전 직원 한 명과 함께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진행하는 FTA 활용교육에 참여했다. 이 대표는 "FTA가 발효됐지만 우리는 3차 협력업체라 직접적으로 수출을 하는 것도 아니고 실익도 없어 원산지 증명을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며 "고객사가 원산지 확인서를 요구해 없는 시간을 쪼개서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인원도 부족한데 원산지 증명을 계속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FTA 원산지 증명을 두고 지역 영세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접적인 관세 혜택이 없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납품업체의 요구에 따라가고 있는 것. 특히 원산지 증명 과정에서 회사에 대한 정보는 물론 제품 단가 등 민감한 정보가 노출될 경우 단가 인하 압력을 받을 수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원산지 증명은 수출하려는 제품이 FTA 체결국 내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는 것을 검증하는 작업이다. 완성자동차의 경우 수많은 부품 중 일정비율 이상의 원산지가 체결국 내에서 만들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협력업체들로부터 원산지 확인을 받아야 한다.

결국 수출을 통해 관세혜택을 누릴 수 있는 완성차업체와 1차 협력업체와 달리 영세한 2, 3차 협력업체는 눈에 보이는 실익도 없이 상위 협력사들의 요구에 따라 없는 인력과 시간, 비용을 소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부품업체 대표는 "매출이 수백억원이 넘는 1차 협력업체들이야 1억원을 들여 원산지 증명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지만 2, 3차 영세 업체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완성차업체와 1차 협력업체가 자체적으로 구축한 시스템을 2, 3차 업체와 공유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마저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회사에 대한 정보는 물론 제품 단가 등 민감한 정보가 노출되기 때문이다.

대구상의 관계자는 "원산지 증명 과정에서 제품 단가가 노출될 수 있고 이로 인해 단가 인하를 요구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업체들이 꺼리고 있다"며 "하지만 당장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따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영세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완성차와 1차 협력업체들은 관세 인하로 인해 얻는 이익을 공유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며 "정부가 앞장서서 이익 공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원산지 증명 시스템 구축 비용을 지원하는 등 상생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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