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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양궁 단체 올림픽 7연패 '명중'…비도, 바람도 막지 못했다

회색빛 하늘에서는 빗줄기가 쏟아졌다. 과녁 주변엔 바람도 살랑거렸다. 하지만 올림픽 7연속 금메달에 도전하는 태극 낭자들에게는 문제 될 게 없었다.

이성진'최현주'기보배로 구성된 한국 여자양궁대표팀이 30일 새벽(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여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210대209로 물리치고 한국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이로써 한국은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양궁 단체전이 정식종목이 된 이후 7회 연속 우승하는 금자탑을 세웠다. 우승을 확정 지은 태극 궁사들은 환하게 웃으며 서로 부둥켜안았다. 그동안의 혹독한 훈련을 함께 겪고 오른 정상에 오른 데 대한 뜨거운 포옹이었다.

이날 한국은 이성진'최현주'기보배 순으로 시위를 당겼다. 6발 4엔드로 진행되는 단체전 경기서 한국은 2엔드에서 동점을 허용했지만, 한 번도 뒤지지 않았다.

1엔드 첫발에선 흔들렸다. 비가 내려 시위에 물이 묻은 탓이었다. 이성진이 7점, 최현주가 8점, 기보배는 6점을 쐈다. 마음이 동요할 수 있는 낮은 점수였지만 태극 궁사들은 별거 아니다는 듯 미소를 머금었고, 1엔드 두 번째 발에서 9-9-10을 쏘며 1엔드를 49대47로 리드했다. 중국의 반격에 2엔드에서 벌어놓은 2점을 까먹어 102대102로 동점이 됐지만, 3엔드서 다시 리드를 잡은 한국은 4엔드를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중국이 모든 화살을 쏜 4엔드. 점수는 209대 184. 첫 사수 이성진이 9점을 쏜 한국은 두 번째 사수 최현주가 8점짜리 과녁에 활을 꽂으며 201점. 마지막 주자 기보배가 8점을 쏘면 동점, 그 아래면 역전당하는 상황. 중국 선수들은 기보배를 힐끔 쳐다봤다. 비가 내렸다 해가 뜬 기상 상황에다 엄청난 심적 부담이 가해지는 마지막 한 발을 실수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시선이었다. 그러나 절체절명의 위기서 기보배는 9점 과녁에 활을 쏘며 금메달을 확정 지었다.

한국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결승에서 중국을 241대240으로 꺾었고, 2008년 베이징 때도 중국을 결승에서 만나 224대215로 이겼다. 이번에도 중국은 1점차 석패를 당하며 3회 연속 결승전에서 한국을 넘지 못했다. 중국 선수와 감독'코치, 관중석 중국 응원단마저도 한국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처럼 다가왔다.

영국 런던에서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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