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이 런던올림픽 수영 자유형 400m에서 실격 판정과 번복의 충격을 딛고 은메달을 따낸 과정은 아름다웠다. 판정이 번복되는 5시간여 동안 결선 경기 준비는 흐트러질 수밖에 없었으나 박태환은 이 과정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결선에 임했고 최선의 레이스를 펼쳐 2위로 골인했다. 금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그 이상의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박태환은 수영 불모지 한국에서 세계 정상에 오르는 기념비적인 성과를 이미 일궈냈다. 신체적 조건이 불리하지만 타고난 재능에다 과학적인 훈련을 접목해 올림픽 2연패를 노리던 터였다. 그러나 판정 번복이라는 돌발 변수를 넘어서는 과정에서 정신력도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태환은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 여자 역도의 장미란과 함께 한국 스포츠의 한계를 뛰어넘은 선수로 자리매김했으며 김연아와 장미란 역시 열악한 국내 여건을 딛고 타고난 재능에다 강인한 정신력이 더해져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개최국으로 4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하여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이후 매번 10위권의 좋은 성적을 올렸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도 금메달 10개에 10위 달성이라는 '10-10'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한국의 국가 규모를 고려했을 때 놀라운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속적인 엘리트 선수 육성과 국가적 지원이 낳은 결과이지만 우리 선수들의 강한 정신력도 원동력이 됐다. 유도, 레슬링, 태권도 등 정신력이 중요한 투기 종목에서 유독 많은 메달을 따낸 것이 그 증거이며 부상 투혼의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최근 K팝을 중심으로 한류 바람이 거세지만 강한 정신력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 스포츠도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많은 외국인이 심신 일체를 강조하는 태권도의 정신적 면에 매료되거나 양궁과 배드민턴, 하키 등의 한국인 지도자들이 외국 감독으로 활약 중인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런던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4강 국가의 한국인 지도자들은 치밀한 지도력을 바탕으로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는 정신력을 끌어올림으로써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을 4대 0으로 이긴 중국 여자 하키도 과거엔 전력이 신통찮았으나 한국인 감독이 이끌면서 하키 강국이 됐다. 런던올림픽은 승부가 빚어내는 감동과 함께 '스포츠 한류'를 지켜볼 만하다.
김지석 논설위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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