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제민주화에 대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인식

"정치권에서 들고나온 경제민주화 개념이 모호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발언이 대다수 국민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정녕 모른다면 국민 대다수가 아는 것을 모르는 백치라고 자인하는 것이고, 알면서도 그렇게 말했다면 경제민주화를 바라는 국민의 희망과는 반대로 가겠다는 오만의 선언이다.

"기존 법률로도 경제민주화를 충분히 성취할 수 있다"고 한 발언으로 미뤄 진실은 후자 쪽인 것 같다. 아울러 이 발언은 "모르겠다"는 앞말과 달리 허 회장이 경제민주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국민이 동의하고 있는 경제민주화는 '1대 99'의 참을 수 없는 불평등 구조를 혁파하고, 노력한 만큼 보답받으며, 국민 모두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 골자다.

이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돼 세계 모든 국가에서 깊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시대적 화두다. 경제민주화란 이런 시대정신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자본주의의 지속 가능성 구축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구체적인 정책은 이런 전제하에서 시장 자유와 공정 분배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가다듬어가면 된다. 물론 그런 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이를 처음부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거부하는 것은 재계 스스로 변화되는 환경에 적응하지 않고 도태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우리 대기업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는 냉소가 국민 사이에 번져가고 있다. 참으로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이런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은 동반 성장과 공생에 대한 재벌의 천박한 인식에서 기인한 바 크다. 재계는 이를 심각하게 반성하고 국민의 희망에 부응하는 실천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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