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를 만든다. 유전적인 것을 제외한다면 절제된 식생활과 모범적인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과 비교해 혈액의 조성이 사뭇 다르다. 혈당, 콜레스테롤, 간 수치 등이 정상 중에도 정상이다.
몸을 나쁘게 만드는 환경 오염물질의 농도는 먹이사슬의 위로 올라갈수록 조금씩 높아진다. 처음에는 흙에서 식물로, 그리고 그 식물을 사료로 쓰는 동물의 지방에 계속 축적된다. 먹이사슬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쌓이는 유기오염물질은 늘기만 한다. 불행히도 그 맨 꼭대기에는 우리 인간이 있다. 이런 위험을 눈감고 넘어가야 할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닭은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서 기력이 떨어지는 여름과 딱 어울리는 재료이다. 닭을 키우는 과정이 예전과 다르기 때문에 먹고 말고를 두고 논쟁은 있지만, 나는 먹는다. 고기를 먹느냐 마느냐를 고민하는 것보다 포화지방의 양이나 볶고 굽고 튀길 때 생기는 발암물질을 걱정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다. 질병의 패턴이 바뀌면 요리도 진화해야 한다.
닭은 비싼 게 좋다. 닭 요리를 할 때 핵심은 닭 사는데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살충제와 항생제를 잔뜩 뿌린 사료를 먹인 닭과 유기농 사료로 동물 복지를 염두에 두고 키운 닭은 엄연히 다르다. '매일 먹는 것도 아니데 그저 닭이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먹는 것에 까다롭다는 비난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황기나 마늘 같은 향신료를 적당히 쓰면 좋은 닭인지 나쁜 닭인지 사람의 입맛으로는 도통 구별이 힘들다. 그래서 처음부터 잘 사야 한다.
비만은 심혈관질환뿐만 아니라 암의 원인이다. 이때문에 껍질과 지방은 꼭 제거하고 닭 요리를 한다. 껍질과 근육사이에 붙어 있는 기름을 떼어내고 꽁지와 날개를 부엌 가위로 싹둑 자른다. 껍질과 피하지방이 홀라당 벗겨진 닭은 신속하게 큰 냄비 속으로 들어간다. 향긋한 황기, 오가피, 대추 그리고 연자육(연꽃의 씨앗으로 집중력, 항우울, 항산화작용이 있어 수험생이 있다면 강력히 추천)까지 넣고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양파, 당근, 무 그리고 파를 큼직하게 토막 내 넣었다.
황기와 오가피, 대추는 미리 달여서 물만 넣으면 편하기도 하고 한약재의 효과도 제대로 볼 수 있다. 한약재에는 노화나 질병의 원인인 자유라디칼을 제거해주는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안전하고 다양한 약재를 넣어주는 것이 맛과 건강을 함께 얻을 수 있다. 무더운 여름에는 부엌에서 요리한다는 것 자체가 고생스럽다. 그래도 닭 한 마리 푹 삶는 날이면 구수한 사랑의 향기가 집안 곳곳에 가득해진다.
김여환 대구의료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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