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폭염과 싸우는 사람들] <3> 코레일 철도시설관리원

햇볕보다 레일 열기가 더 괴로워요

코레일대구본부 시설사업소 김태우 씨가 60℃까지 치솟는 열차선로에 열을 식히기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코레일대구본부 시설사업소 김태우 씨가 60℃까지 치솟는 열차선로에 열을 식히기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뜨거운 햇볕에 얼굴은 새까맣게 탔고 선로의 열기로 숨이 턱턱 막힙니다. 하지만 열차가 안전하게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한 보람을 느낍니다."

27일 오후 대구 동구 신천동 동대구역 부근 기찻길 위로 후끈 달아오른 열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코레일 대구본부 대구시설사업소 동대구시설반 전광열(56) 선임장과 시설관리원 4명이 동대구역으로 연결된 철도 레일에 동력 살수기로 물을 뿌렸다. 기온 상승으로 레일이 늘어나 엿가락처럼 휘는 '좌굴 현상'을 막기 위해서이다.

이날 오후 2시 기온은 36℃였지만 열을 받은 레일의 온도는 49도까지 치솟았다. 레일 온도가 50도 이상 올라가면 전 열차 기관사에게 '주의 운전' 조치가 내려지고 64도 이상 올라가면 열차 운행이 중지된다.

레일에 물을 뿌리자 뜨거운 열기가 시설관리원들을 덮쳤다. 레일이 식으면서 나오는 열기 때문이다. 레일에 뿌린 물은 곧 말라버렸고, 레일 온도는 41도로 떨어졌다.

전 선임장은 "레일 위에 계란을 올려놓으면 익을 정도"며 "햇볕도 햇볕이지만 물 뿌릴 때 올라오는 열기가 더 괴롭다"고 말했다.

폭염 특보가 매일 이어지는 올 여름 가장 힘든 작업은 '순회' 작업이다. 철로 주변을 순찰하면서 철로에 이상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작업. 점검용 열차를 타고 확인하는 열차순회 작업과 철로 주변을 걸으며 확인하는 도보순회 작업이 있다.

특히 8㎞를 왕복하며 일일이 레일의 이상유무를 확인해야 하는 도보순회 작업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역이다. 레일온도 감지장치가 있는 KTX 전용선로와는 달리 일반열차 선로는 일일이 사람이 이상 유무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 선임장은 "2인 1조로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걸으면서 레일 이상 여부를 눈으로 확인하고 매 시간 온도를 체크하다보면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다"면서 "게다가 안전을 위해 안전모, 긴 팔옷, 두꺼운 안전화 등을 착용하기 때문에 몸의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더욱 고통스럽다"고 했다.

물뿌리기 작업을 하는 1t 트럭 안에는 보냉가방이 있었다. 한 작업반원은 "가방에는 얼음물을 담은 1.5ℓ 음료수병 10개가 있는데 한 번 작업 나가면 이 병에 있는 물을 다 마신다"고 했다.

대구시설사업소 강호원 소장은 "전 세계 철도를 통틀어 우리나라 철도는 단 한 번도 더위로 철로가 휘어진 적이 없었다"면서 "철도시설관리원들이 무더운 여름 햇볕과 열기에 맞서 선로의 안전을 지킨 결과"라고 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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