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묻지 마' 부르는 부실한 창업 정책

자영업자의 과포화 현상은 한국 경제의 악성 종양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소득 양극화와 그에 따른 사회불안 심화는 필연적이다. 해결 방안은 자영업자를 줄이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영업자는 자영업자와 경쟁한다'는 제목의 보고서는 이를 잘 보여준다.

자영업자는 한계 상황에 봉착한 지 오래다. 2004~2009년 동안 연평균 약 60만 개의 업소가 새로 생기고 58만 개가 문을 닫았다. 신규 사업자의 평균 생존율은 1년 72%, 2년 56%, 3년 46.4%로 절반 이상의 신규 자영업자가 3년 내에 문을 닫는다. 이로 인해 고용 불안도 심각하다. 연평균 216만 9천 명의 종사자가 새로 시장에 진입하고 187만 8천 명이 사업을 접어 신규 종사자의 86.6%가 직장을 잃는다.

원인은 과당경쟁이다. 전체 취업자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8.8%나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터키, 그리스, 멕시코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그 원인은 은퇴자가 마땅한 직장을 구할 수 없는 현실에 있다. 퇴직금을 마냥 까먹고 있을 수는 없으니 '묻지 마 창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창업자 중 60%는 창업 준비 기간이 평균 6개월 미만이다.

그 결과 자영업자의 적은 자영업자인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의 41.2%가 주요 경쟁자를 '주변의 다른 자영업자'라고 답한 반면 대형 업체(25%)나 인터넷 쇼핑몰(4.5%)을 주요 경쟁자로 보는 자영업자는 3분의 1도 안 됐다. 결국 관건은 은퇴자나 직장에서 조기 퇴직한 사람의 재취업 활성화다. 향후 고용 정책은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유럽의 전례를 따라 정년 연장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묻지 마 창업'의 실패를 막기 위한 보완 대책으로 '맞춤형' 창업 지원도 적극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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