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생님들이 만든 국어교과서 "학생들 눈높이에 맞췄죠"…대구국어교사모임

이해 어려운 내용은 빼고, 교육 현장 목소리 적극 반영

대구 선생님들이 국어 교과서를 직접 만들어 화제다. 내년 1학기부터 쓰일 중학교 1학년용 국어 교과서를 집필한
대구 선생님들이 국어 교과서를 직접 만들어 화제다. 내년 1학기부터 쓰일 중학교 1학년용 국어 교과서를 집필한 '대구국어교사모임' 소속 교사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아이들이 우리가 쓴 책으로 공부하게 된다니 뿌듯하네요."

대구 국어 교사들이 중학교 1학년용 검정 국어 교과서를 집필,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국어교사모임' 중 소설을 공부하는 소모임 회원인 박채형(복현중), 류문숙(대진고), 박상희(대구일중), 박수진(능인중), 이헌욱(경북여고), 제갈현소(용산중) 교사가 그들이다. 학교와 가정생활 등 일상의 무게를 딛고 '좋은 교과서'를 만들어보겠다는 열정으로 결과물을 빚어냈다.

이들이 쓴 교과서는 교육 현장에서의 경험을 담아 최대한 학생 눈높이에 맞춘 것이 특징. 가령 토의하기 단원 경우 기존 교과서는 심포지엄과 포럼 등 토의의 종류부터 시작, 이론을 자세히 기술하는 식이 대부분이었으나 이들의 교과서는 중학교 1학년생의 수준을 고려해 이 부분을 단원 뒷부분으로 빼면서 간단히 언급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대구국어교사모임의 대표인 박채형 교사는 대학교수들이 중심이 돼 만든 예전 교과서와 달리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은 가급적 싣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고 전했다. "희곡 '빌헬름 텔' 경우만 해도 일부만 책에 실리는데 1학년 학생들이 시대적 배경과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알기 어렵죠. 교사가 자세히 내용을 설명해줘도 이해하기 힘들어하기 때문에 제외하는 게 맞죠. 현장 경험을 살려 학생들이 받아들이기 쉽도록 교과서를 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사실 이 모임 소속 교사 외에도 집필진으로 참여한 교사들이 더 있다. 광주 지역 교사 3명이 함께 머리를 맞댄 끝에 교과서가 완성됐다. 대구시(달구벌)와 광주시(빛고을)가 대형 프로젝트를 함께 발굴, 추진한다는 '달빛 동맹'이 교과서 쓰기에도 구현된 셈. 교사들은 교과서의 10개 단원 중 1개 단원씩 집필하고, 나머지 한 단원은 함께 썼다. 내년 새 학기부터는 이 교과서가 수업에 쓰이게 된다.

이번 교과서가 이 모임 교사들이 낸 처녀작은 아니다. 이미 지난해 우리나라 대표적 단편소설인 '동백꽃'(김유정 작)을 새로 펴낸 적이 있다.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바탕으로 교사들이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해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국어 시간에 생활글 읽기1'도 이들이 쓴 책. 하지만 이들에게 책을 쓰는 작업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교사로서, 가족 구성원으로서 할 일을 챙기면서 교과서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

박상희 교사는 시간과의 싸움이 가장 힘들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부터 작업을 시작하면서 광주 교사들과 중간 지점인 대전에서 만나 의견을 나눈 것만 해도 대여섯 차례. 한 번 모이면 자정을 넘겨 토의하기가 일쑤였다. 서울에서 전국 교사들과의 모임에도 수시로 참석해 교과서 단원 구성, 내용 배치 등을 협의해야 했다.

"교과서를 쓰는 작업은 주로 휴일과 방학 때를 이용해야 했는데 다들 가족이 있는 터라 버거워했어요. '교과서를 또 만든다고 나서지 마라'는 가족들의 원성도 들어야 했고요. 그래도 교과서에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됐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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