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빠르고 적절한 응급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하기 위해 당직 전문의가 응급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으면 면허를 정지하는 내용의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31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이달 5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하지만 전문의가 없거나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중소병원들은 응급실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반발하고 있고, 대학병원 측은 가뜩이나 북새통인 응급실 과밀화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5일부터 시행되는 '응급의료법 하위법령 개정안'에 따르면, 응급실 근무의사가 먼저 환자를 진료해 다른 과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과별 당직 전문의를 호출해야 하고, 당직 전문의는 반드시 직접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해당 응급의료기관에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해당 당직 전문의에게는 근무명령 불이행 책임을 물어 면허정지 처분을 내린다. 아울러 종전 당직 전문의 자격을 '3년차 이상 레지던트'에서 '전문의'로만 한정했다.
당직 전문의를 두는 진료과목도 의료기관에 개설된 모든 진료과목으로 확대(종전엔 규모에 따라 2~8개 과목)했고, 당직 전문의 명단을 응급실 내부에 게시하도록 했다.
이런 조치에 대해 중소병원장들이 인력 확보는 물론 심각한 경영난으로 응급실 폐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대구지역에는 권역응급의료센터(경북대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계명대 동산병원, 영남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 외에 칠곡경북대병원, 대구의료원, 대구보훈병원, 칠곡가톨릭병원, 곽병원 등 9곳의 지역응급의료기관이 있다.
문제가 되는 곳은 지역응급의료기관. 한 병원장은 "전문의가 한 명뿐인 진료과목이 수두룩한데 개정안대로라면 혼자서 1년 내내 24시간 응급대기해야 하는 셈"이라며 "낮시간 50~70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30~50명에 이르는 입원환자를 관리하는 것도 전문의의 몫인데 과연 한밤중에 응급환자 진료를 위해 수시로 불려나오는 것이 가능하겠느냐"고 했다.
다른 병원장은 "밤낮 응급실을 운영해서 나오는 수익보다 당직 전문의를 포함한 인건비가 훨씬 많이 드는 적자 구조지만 지역민을 위해 그간 참았지만 더 이상은 안 된다"며 "게다가 전문의를 구하고 싶어도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역응급의료기관 9곳 중 6곳은 아예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한 명도 없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이들 지역응급의료기관 응급실 이용자는 15만2천여 명에 이른다.
대학병원급 응급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학병원에는 대개 30개가 넘는 진료과나 분과가 있는데, 과목별로 최소 4, 5명의 전문의가 있어야 24시간 대기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 대학병원 한 관계자는 "전문의를 모두 합쳐 서너 명도 안 되는 과도 있는데 365일 당직 시스템을 가동하면 이튿날 외래진료나 수술, 입원환자 관리 등이 불가능해진다"고 했다.
대학병원 응급실 한 관계자는 "결국 중소병원 응급실에서 중한 환자가 발생하면 그쪽 전문의가 없거나 부를 상황이 안 되기 때문에 상급의료기관으로 보낼 것이 뻔하다"며 "가뜩이나 북새통인 응급실이 터져나갈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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