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오페라재단 추진 문화계 뜨거운 감자로

"연내 출범" vs "시기 상조"

대구시가 야심차게 추진해 온 '오페라 재단' 설립 구상에 대해 '연내 매듭을 짓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오페라 재단 문제가 대구 문화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지 못해 '시기상조'라며 반대 입장을 드러내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시의 추진론

김대권 대구시 문화체육국장은 "대구가 지난 10년간 육성해온 오페라산업의 발전을 위해 오페라하우스와 대구시립오페라단, 대구오페라축제조직위원회를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 재단법인화가 필요하다"며 "4년을 끌어온 사안인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조례안을 통과시켜 오페라 발전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구시가 오페라 재단을 추진하는 것은 3개로 나뉘어진 조직을 통합해 효율성을 꾀함과 동시에 중복되는 인원을 줄여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구시에 따르면 인건비 절감액만 10억원에 달한다는 것. 재단법인화 함으로써 기업 메세나 등 기부금을 모금을 통해 오페라 육성에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승욱 대구음악협회장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에너지를 한데 모아 음악계의 발전을 위해 힘을 합친다면 더욱 멋진 오페라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오페라를 대구를 대표하는 문화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제작비 투자 증대와 무대 장치를 보관할 수 있는 창고 등 일일이 보완해야 할 문제들이 하나둘이 아니다"고 했다.

◆대구시의회 등의 시기상조론

하지만 대구시의 '오페라 재단' 추진은 만만찮은 암초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일단 대구시의회가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사안'이라며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시사해 연내 출범이 불투명해 보인다. 2009년부터 재단 설립을 추진해 온 대구시는 오페라 재단 설립과 관련 조례안을 올해 초 시의회에 제출, 7월 중 재단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었지만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회 방침에 따라 조례안은 계속 '계류중' 이다.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이재녕 위원장은 "대구 문화계의 장래를 결정지을 중대한 사안에 대해 장단점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검증 없이 진행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9월 초 여론수렴을 위한 여론조사와 전문가 공청회 등을 열어 오페라재단 설립이 필요한지를 원천적으로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대구시가 내세우는 장점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기업 기부를 활성화 해 오페라 발전을 꾀한다는 주장에 대해 "대구문화재단에 기부금을 내놓는 기업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 또 하나의 재단을 만들면 가뜩이나 변변한 기업체 하나 없어 힘든 대구 상황에 너무 장미빛 전망 아니냐"며 "굳이 기부금을 받을 필요가 있다면 현재 사단법인인 축제조직위원회를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대구문화재단 외에 또 하나의 재단을 만들어 불필요한 중복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이 위원장은 "대구시가 뮤지컬과 오페라 양대 장르를 대표브랜드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오페라만 재단법인화 한다면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대구시 문화정책이라는 큰 틀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무학 대구예총 회장도 '신중한 접근'을 요청했다. 공연장 관리를 맡고 있는 오페라하우스와 오페라 가수들로 구성된 시립오페라단 운영과 관리, 축제 때만 일시적으로 필요한 조직인 대구오페라축제조직위원회가 모두 제각기 성격이 다른만큼 통합을 통한 시너지보다는 오히려 '옥상옥'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문 회장은 "이미 재단을 만든 타 지자체의 사례를 봤을 때 재단의 '실적'과 '수익성'을 좇다 오히려 예술 본래의 가치는 도외시 되는 사례도 많았다"며 "민간화됐던 국공립 문화예술단체들이 최근 다시 국공립 운영으로 되돌아가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그런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을 충분한 논의과 검토를 한 뒤 설립을 추진해도 늦지 않을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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