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행보에 침묵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했던 새누리당이 안 교수를 정조준하기 시작했다. 안 교수가 2003년 분식회계 등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명에 나섰던 사실이 드러난 데 대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가 이례적으로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안 교수에 대한 '빗장'이 풀린 것이다.
조원진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대구 달서병)은 31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안 교수가 대표이사를 역임한 IA시큐리티(무선인터넷 보안기업)는 2000년 안철수연구소 45%, SK 30%의 지분으로 만들어진 회사"라며 "안 교수는 사업 동업자를 위해 탄원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보도자료를 내고 "유력한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안 교수의 이런 행태가 과연 국가지도자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철우 의원(김천)도 같은 날 국회 운영위 회의에서 "재벌가 모임은 종종 주가조작 등 각종 비리의 창구로 변질되어 사회문제를 일으킨 바 있는데 친분도모 목적으로 시작된 재벌들의 '이너서클'이 결국 서민들에게 박탈감을 주는 것은 물론 부정부패나 비리와 연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 교수 측 유민영 대변인은 "억지 논리다.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맹공은 쉽게 숙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 교수가 정치대담집 출간과 TV 예능프로그램 출연으로 지지율을 회복하고 있고, 정치권에는 그를 야권 후보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공식 출마 선언 전에 타격을 입혀 후보 단일화라는 야권의 시나리오를 흔들어놔야 한다고 새누리당이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새누리당 손강호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안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재벌체제를 비판하면서 기업과 기업주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답답함도 많이 느꼈습니다'라고 썼는데 오히려 본인은 최 회장의 구명운동에 앞장서면서 기업주 살리기에 나섰다"며 "기업주의 탐욕을 앞장서서 옹호한 사람은 바로 (안 교수) 본인 아닌가. 정말 개념 없다"고 주장했다.
전광삼 수석부대변인도 "19대 대통령을 꿈꾼다는 안 교수가 신흥 재벌의 일원(브이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참여했는데 안 교수가 과연 '삼성동물원' 'LG동물원' 운운하며 재벌을 비하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당 차원에서 '안철수 검증팀'을 가동해 '안철수 검증 시리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소한 말실수에서부터 교통신호 위반 사항, 경제민주화 등 이념 성향 등 광범위하게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 교수가 출마를 공식화한다면 기다렸다는 듯 정치권의 혹독한 검증이 시작된다는 예고다.
한편 박근혜 후보는 31일 안 교수의 최태원 회장 탄원서 서명과 관련 "그런 것을 우리가 고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라며 안 교수를 처음으로 겨눴다. 그동안 "젊은 층과의 소통이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뉘앙스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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