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비운의 명장, 임경업

"나는 커서 훌륭한 장군이 될 거야." 그는 어릴 때 골목대장이었다. 매일 아이들을 두 패로 나눠 병정놀이를 했다. 병정놀이할 때는 어른들도 그 사이를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자못 진지했고 군기도 셌다.

24세 때 무과에 합격한 임경업(1594~1646) 장군은 이괄의 난 때 출정을 자원해 반란군을 격퇴하면서 출세길을 달렸다. 충주의 별 볼일 없는 집안 출신이었지만 자신의 힘으로 어릴 때부터 꿈꿔온 장군이 된 것이다. 1636년 병자호란 때 의주 백마산성을 굳게 지켜 청나라 군대의 전진을 늦췄지만 전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그는 평생 의리와 명분을 고집한 반청파(反淸派)였다. 조정이 청나라 군대를 도와주라고 파병했더니 도리어 망해가는 명나라 군대를 몰래 도왔다. 그것이 들통나 명나라로 망명했다가 청나라에 붙잡혀 조선으로 송환됐다. 1646년 오늘, 찜통더위 속에서 간신 김자점의 사주로 매를 맞다가 죽었으니 파란만장한 삶의 최후치고는 어이가 없다. 친청파의 거두였던 김자점은 병자호란 당시 임경업의 누명을 벗겨주고 망명을 도와준 은인이었으나, 정치적 입장이 달라지면서 적대적인 관계로 바뀐 것이다. 비록 억울하게 갔지만 그의 의기만은 후세에 영원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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