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에세이 산책] 유료낚시터의 강태공들

한 사람이 담배를 입에 문 채 잽싸게 낚싯대를 잡아챈다. 누런 빛깔이 번들거리는 물고기가 줄에 걸려 수면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팔뚝만 한 잉어다. 잉어는 달아나려고 있는 힘을 다해서 몸부림을 친다. 그 퍼덕거리는 요동에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이 낚싯대가 휘청휘청한다.

밀고 당기는 한참의 씨름 끝에 물고기는 마침내 뭍으로 내동댕이쳐진다. 계측기를 지닌 직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쏜살같이 달려온다. 퍼드덕퍼드덕 몸을 뒤집기 하며 연신 가쁜 숨을 몰아쉬는 고기를 계측기 위에다 눕혀 놓고 크기가 얼마인지 확인한다. 그리고는 워키토키로 본부에다 내용을 알린다. 본부에서는 마이크로 계측 결과를 방송한다. 나른한 여름날 오후의 한 유료낚시터 풍경이다.

요즈음 유로낚시터에서는 물고기를 매개로 하여 경기가 벌어지고 있다. 꾼들은 제각기 몇만 원씩의 돈을 걸고 승부를 겨룬다. 잡은 물고기의 크기를 따져서 등수가 매겨지고, 그 순위에 따라 상금이 주어진다. 물론 상금은 경기를 치르는 사람들이 낸 참가비의 일부다. 그야말로 돈 놓고 돈 먹기인 셈이다.

세상이 생존경쟁의 시대가 되어서일까, 낚시의 의미도 예전에 비해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낚시를 취미로 하지 않고 돈내기로 한다. 까닭에 너와 나는 함께 즐기는 동호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 겨루기하는 경쟁자의 관계가 된다.

꾼들은 하나같이 물 위의 찌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다. 그 눈빛에서는 기필코 큰 놈을 잡아 상금을 차지해야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불을 켠다. 연못에는 시퍼렇게 날을 세운 경쟁 심리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옆에서 가벼운 말 한마디 붙여볼 수조차 없는 살벌한 각축의 현장이다.

낚시터의 광경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자니 지난날의 강태공이 상상 속에서 그려진다. 물고기를 낚기 위함이 아니라 세월을 낚기 위함이었으니 강태공의 낚시에는 미늘이 없었다. 세상의 아귀다툼에서 벗어나 자연과 벗하며 풍경의 일부가 되어 유유자적했던 그의 삶은 아마도 내면의 평온으로 충일해 있었으리라.

모든 것이 돈하고 연관되다 보니 낚시에도 돈이 끼어드는 것인가. 흔히 낚시하는 사람을 일러 강태공이라고 부르지만, 지난날의 강태공들이 지녔던 멋과 여유 같은 운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은 낚시터가 마음의 휴식을 얻는 곳이 아니라 또 다른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곳이 되고 있다. '강태공'이라는 말이 지닌 낭만적인 어감도 그에 따라 빛을 잃어간다.

세월을 낚으며 인생을 음미하던 그 평화스러운 정경은 이제 그림 속에서나 만날 수 있으려나.

곽흥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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