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밤낮으로 난동을 부리는 주취자들로 인해 선량한 시민들과 공무원들이 피해를 보고 있지만 보복이 두려워 적극적인 대응조차 못 하고 있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2일 술에 취해 욕설과 폭행을 일삼으며 동네 주민들을 괴롭혀왔던 J(45) 씨를 붙잡았다. J씨는 술만 먹으면 주민들에게 시비를 걸거나 주변 상가 영업을 방해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주민들은 J씨를 피해 다녀도 봤지만 눈이라도 마주치면 "왜 쳐다보느냐"며 시비에 휘말려 주먹다짐까지 당하곤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조차 못했다. 괴롭힘이 점차 심해지자 주민 A(52) 씨는 지난해 12월 J씨를 경찰에 신고했고, 4개월 정도 구속'수감됐던 J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한동안 조용했던 동네는 4월 J씨가 출소한 후 다시 시끄러워졌다. J씨가 만취한 상태로 자신을 신고한 A씨를 찾아가 "죽여버린다"며 욕설을 하고 얼굴에 침을 뱉거나 때리는 등 폭행을 일삼은 것. 괴롭힘을 당하는 A씨를 본 주민들은 J씨의 만행에 대해 더욱 입을 다물고 모르는 척했다. 인근 식당은 J씨가 찾아오지 못하게 영업을 하지 않는 것처럼 자물쇠를 채워 위장한 채 영업을 하기도 했다.
한 주민은 "J씨가 사는 골목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며 "가뜩이나 더운 여름 가만히 있어도 짜증이 나는데 건드리면 괜히 골치만 아프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경찰 관계자는 "오랫동안 주취자에게 폭행을 당하는 주민이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주민들이 보복이 두려워 말하길 꺼려 증언 확보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공무원들도 인사불성의 주취 폭력자로 인해 곤란을 겪고 있다.
대구 서부경찰서는 1일 술에 취해 구청과 경찰서를 다니며 민원을 빙자해 욕을 하고 난동을 부린 S(48) 씨를 구속했다. S씨는 공무원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술에 취해 찾아와 "공무원증을 왜 달지 않았느냐" "근무시간에 왜 일하지 않느냐"며 시비를 건다. 심지어 민원을 들어주지 않으면 옥상으로 올라가 난간을 붙잡고 뛰어내린다며 협박을 하기도 했다.
서구청의 한 공무원은 "날씨도 더운데 매일같이 찾아와서 터무니없는 것들을 요구하면 짜증이 솟구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급기야 지난달 28일 오전에는 서부서를 찾아가 "법인택시가 왜 실내등을 켜고 운행하느냐"며 억지를 부렸다. 경찰이 절차를 밟아서 민원을 제기하라고 설득하자 화가 난 S씨는 인근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사와 몸에 뿌리며 분신까지 시도했다. 한 경찰관은 "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리니까 당할 도리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시민들은 "서민들에게 이런 주취 폭력자는 말 그대로 '공공의 적'인데 신고한 사람만 죽도록 고생하게 된다"며 "강력한 처벌도 필요하지만 심리치료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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