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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책!] 키스, 동양의 창을 열다

키스, 동양의 창을 열다/ 엘리자베스 키스 지음/ 송영달 옮김/ 책과함께 펴냄

엘리자베스 키스(1887~1956). 우리에게 낯선 이름이지만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이름이기도 하다. 100여 년 전, 스코틀랜드 출신의 영국 여류화가인 키스는 한국을 비롯한 동양 곳곳을 여행하며 보고 겪었던 일들을 그림으로 남겼다. 그의 그림이 동시대에 동양을 찾았던 서양인들과의 기록과 다른 점은 동양 문화에 대한 동경과 애정이 담겼다는 점이다.

키스가 한국, 중국, 필리핀, 일본 등을 여행하며 그린 작품과 언니에게 보낸 편지글을 엮은 '키스, 동양의 창을 열다'를 보면 동양 문화에 대한 그의 관심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3'1운동 직후인 1919년 3월 말 처음 한국을 찾은 키스는 이후 한국을 대상으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쳤고 1921년과 1934년 두 차례에 걸쳐 서양 화가로는 최초로 서울에서 전시회도 열었다.

키스의 그림은 낯선 문화에 대한 생경함이 빚은 차가움이 아닌 그 문화에 녹아든 사람만이 담아낼 수 있는 따뜻함으로 충만하다. 또한 동양을 미몽과 야만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사라져가는 문화에 대한 진한 애정, 진심 어린 이해와 교감이 절절히 묻어난다. 특히 키스의 조선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다. "일본 사람이 아무 이유도 없이 이 고 도시의 아름다운 성문과 성벽을 부숴버렸답니다." 키스가 함흥을 여행하며 보낸 편지 등에서는 조선에 대한 애정과 일본에 대한 비판을 넌지시 읽어낼 수 있다.

원서 'Eastern Windows'가 1928년 미국에서 출간됐을 당시에는 그림 12컷만 담겼지만 이번에 옮긴이 송영달 씨가 소장한 작품까지 모두 100여 컷의 그림이 수록돼 키스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268쪽, 2만5천원.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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